<작은교회 살리기 나선 '의사목사님'>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작은 교회가 살아나야 더 많은 목사들이 이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병원에서는 흰색 가운을, 교회에서는 검은색 가운을 입고 의술과 인술을 동시에 펼치며 `작은 교회 살리기'에 나선 `의사 목사님'이 있어 화제다.
성형외과 의사이자 목사인 정일봉(53)씨는 지난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은 교회의 목사들이 걱정없이 사회에 헌신할 수 있도록 그들의 건강.재정문제 해결을 돕는 `한국 작은교회 살리기 의사.목사 연합(ABBA)'을 결성했다.
"전국의 목회자 6만여명 중 4만여명이 생활비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어렵게 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사회에 봉사하는 것에 비해 이들 자신의 삶은 너무 힘든 것 같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정 목사는 의사라는 `직업의식'을 발휘해 `건강문제만은 해결해주자'고 결심하고 뜻을 같이 하는 목사, 의사들과 함께 `아바'를 결성한 것.
아바에서는 한의원, 치과, 내과, 산부인과 등 전국 80여개 병원의 협조를 얻어 목사와 그 가족이 치료비 할인 등 다양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목사와 그 가족은 치료비 부담을 덜고, 병원은 교인들에게 알려져 운영에 도움을 받는다는 점에서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 정 목사의 설명.
정 목사와 아바의 작은교회 살리기 프로젝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목사 부인들에게 영양요법관리사 교육을 해 병원 내 건강식품 판매점에서 상담 등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 또 다른 목표다.
"사모들이 일하지 않고 기도만 해서는 교회의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기술교육과 취업교육을 통해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는 정 목사는 교회 예배단과 병원 수술대를 넘나들며 전도활동을 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부터는 눈꺼풀이 처져 생활에 불편을 겪으면서도 수술비 부담으로 선뜻 병원을 찾지 못하는 노(老)목사들을 위해 무료로 눈꺼풀 성형수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신자가 교회에 나갈 경우 성형수술비를 절반으로 깎아주는 `이색' 전도에 나서기도 했다.
경영마인드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버팀목으로 쓰러져가는 작은 교회를 부축하고 있는 정 목사는 "무슨 일이든 여러 사람이 힘을 모으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05/10/09 09:00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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