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춘궁기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가면 처마 밑에는 옥수수가
허드레 창고에는 씨감자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봄이 오면 보릿고개라는 혹독한 춘궁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그때 배가 고프다고 씨 곡물을 먹어버리면
그 집은 희망과 영원히 이별해야 합니다.
농부는 죽으면서도 밭에 씨를 뿌리고 죽는다고 했습니다.
씨를 뿌린다는 것은 다음 세대에 희망을 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최악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이야말로 씨를 뿌려야 할 때입니다.
지금 당장 한 끼를 때우는 근시안이 아니라
앞으로 거둬들일 풍성한 추수를 믿음의 눈으로 보아야 합니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힘들어 죽겠다’입니다.
절망적인 전망과 수치들이 뉴스를 채우고 있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힘든 것이 아니라 불안과 근심으로 무너져 내립니다.
마음의 춘궁기를 맞이한 셈입니다.
지금은 우리 마음에 씨를 뿌릴 때입니다.
믿음과 사랑으로 희망의 열매를 키워나갈 때입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희생과 사랑으로 씨를 뿌리는 이들이야말로
마른 땅에서 풍성한 숲을 만드는 진짜 농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