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만큼 자라는 존재들
우리 아이는 여러모로 느렸습니다.
18개월까지 걷지 못하다 19개월이 되고 나서야 서툴게 걸었습니다.
걷는 것뿐 아니라, 말도 느렸습니다.
30개월 전까지 엄마, 아빠 말고는 제대로 말하는 단어가 없었습니다.
또래 아이들은 이미 두 단어를 붙여서 문장을 말할 때였습니다.
얼마나 애태웠는지 모릅니다.
일하는 엄마여서 느린 건 아닐까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면서
다양한 언어 자극을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이는 신기하게도 30개월이 되자마자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야 말에 재미를 들였습니다.
갑자기 아침을 먹다 말고 책을 들고 옵니다.
글자를 가리키며 ‘이거 뭐에요? 읽어주세요.’라고 합니다.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출근 시간이 다 되었지만, 식사는 미뤄두고 책을 읽어줍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속도대로 자랍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언젠가는 모두 다 해낼 일입니다.
언제나 믿음으로 기다려 주는 사람,
아이에게 그런 부모가 되어주기를 소망해봅니다.
유미 / 에세이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