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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통지서
IP : 121.158.6.90  글쓴이 : 김홍우   조회 : 4312   작성일 : 14-12-09 13:16:42 |

합격통지서

 

“너도 나중에 장가가서 자식 키워봐라...”

 

벌써 중학교 때 즈음에 어머니가 저에게 한숨 섞어서 하셨던 말씀인데 아마도 제가 말을 잘 안 듣고 속을 썩이는 무슨 일을 저질렀을 때 일 것입니다. 이제는 제가 그 당시의 어머니의 나이를 넘어서고 나면서부터는 더욱 더 생생히 떠오르는 장면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물론, 그때 그 말씀대로 ‘장가를 가서 자식을 키우는-’ ‘애비’가 되었기 때문이 분명합니다.

 

그때 그렇게 말씀하시던 어머니의 심정이 어떠하였는지, 아니 자식을 키우는 모든 부모들의 심정이 어떠한지 자꾸만 알아가는 중인데 이렇듯 둘째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는 즈음이 되니 점점 더 깨달아 알게 되는 것이 많기만 하군요. 몇 군데 대학입시 수시전형을 넣어 두었던 아이의 합격통지서를 받았습니다. 하나는 ‘합격통지서’로, 다른 하나는 ‘대기 번호’로 또 하나는 ‘합격통지’ 메일로 받았습니다. 다행히 세 번째 통지는 아이가 가장 들어가기를 원했던 대학에서 온 것이기에 기쁨이 더 합니다.

 

첫 번째 아이 때에도 대학 실기시험 등으로 그랬습니다만, 둘째 역시 새벽부터 일어나서 차에 태우고 면접 등을 동쪽으로 서쪽으로 우리 네 가족이 함께 다녔습니다. 가다가 휴게소에 들려서 우동도 사먹고 바닷가를 지나면서 갈매기 구경도 하는 등 외양으로는 마치 소풍처럼 다니기는 하였습니다만, 아이의 대학입시를 앞 둔 애비의 심정은 그럴 수만은 없어서 그렇게 하하 호호 웃는 가운데에서도 다만 간절한 기도가 입안에서 또는 입 밖으로도 새어나오곤 하였습니다.

 

“그래, 왜 엿을 갖다 붙이는지 찹쌀떡을 사 먹이는지 알겠구만...”

 

교회에 나와서 “주여-”를 간절히 외치는 사람과 절에 가서 108배(拜)를 하는 이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학교 운동장을 돌면서 삼보일배를 거듭하였다는 말들도 있었지만, 이전에는 별로 귀담아 듣지 아니하였는데 막상 나의 일이 되다 보니까 간절한 기도를 연일 하게 됩니다. 정말 이러한 모양이 되니까 그제야 어린 나를 바라보시면서

 

“... 나중에 자식 낳아 키워봐라...”

 

하시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때 어머니도 제가 시험을 보는 날 즈음이 되면 새벽부터 교회에 나가서 기도하시고 또 시험장 학교 교문 앞에 서서도 기도를 하셨지요. 감리교회 집사님이고 속장님으로 신앙심이 두터우셨던 터라 어디다가 엿을 붙이시거나 찹쌀떡을 먹이는 것 같은 일은 부질없는 짓이라고 말리셨지만, 그 마음의 간절함은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여느 모든 어머니들과 같았을 것입니다. 휴---

 

구역예배를 인도하는 중이었고 끝마칠 때가 되어서 축도를 하는 중에 “띠-리리 띠리리-” 누군가의 가방 속에서의 열심히 울어대는 휴대폰 알림소리가 약간 귀에 거슬리기는 하였지만, 축도를 마치고 눈을 떠보니 부랴부랴 가방에서 전화를 꺼내어 받는 사람은 바로 저희 집사람이자 아이들의 엄마... 그런데 마침 바로 그 전화가 세 번째 대학의 ‘합격통지’를 알리는 전화이기에 이를 안 구역 식구들이 모두 박수로 축하를 해 주었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이야 수고했다...)

 

“야- 이놈들 봐라, 코감기 걸린 코에다가 입을 대고 쪽-쪽- 빨아가면서 키워놨더니- 이제는 말도 안 듣네.” 아이들이 고집을 피우거나 할 때면 제가 단골로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정말 그랬습니다. 조금 늦게 본 아이들이라서 더욱 그랬을까요? 아이가 아플 때면 아내와 함께 들춰 업고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대학생이 된다니... 아이도 실감이 나지 않는지 말합니다.

 

“히힛- 내가 대학생이라니-”

 

그리고는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하며 한 쪽 구석에 굴러다니던 ‘아령’까지 집어 듭니다. 그래 예쁜 여자 대학생 내 딸이 되어야지 암 그렇고말고- 그래서 또 가끔씩 놀립니다.

 

“장차 5월의 여왕이 되실 우리 딸 운동 열심히 하시나-?”

 

요새도 대학에서 ‘5월의 여왕’을 뽑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캠퍼스의 여왕까지는 안 돼도 좋으니까 그저 건강하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두 딸아이들의 어렸을 적 장면들이 합격통지서를 보면서 주마등처럼 머릿속 영상으로 지나갑니다. 누군가가 “지나간 것은 아름답다”라고 하였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고생하고 근심되고 안타까울 적도 많이 있었지만, 그렇듯 ‘건강한 숙녀’들로 자라준 두 딸 아이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아빠가 너 어렸을 적에 맨날 어깨에다가 무동을 태우고 다녀서 지금 이렇게 등이 휘어진 것 잘 알지-!?” 그렇게 협박성 압력을 넣었더니 첫째아이는 ‘은퇴 후에 아빠 엄마 함께 두루 다니시라고-’ 캠핑카를 사드린다고 합니다. 둘째 아이는 ‘세계여행’도 시켜드리고, TV에 당구대가 비춰질 때마다 아빠도 청년기였던 40여 년 전엔 당구 200점의 실력자였다고 자랑을 하였더니-

 

“은퇴하시면 ‘당구대’도 사 드릴게요.” 합니다. 허허.

 

그래서 벌써 마음은 부자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있어야 집안에 웃을 일이 있다.”고 어르신들은 말씀하시곤 하였는데- 이제는 다 자라서 각각 숙녀가 되기는 하였지만 이렇게 착하고 효녀 된 두 딸 아이가 있으니 ‘집안에 기쁨이 있고 아빠 엄마의 마음이 늘 부자’가 되는군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세월은 이렇듯 빠르게 지나가고... 앞으로는 더욱 빠르게 지나갈 터이니, 그저 늘 하하 호호 웃으면서 지나가는 우리 가족들의 시간들이 이어지기만을 마음 속 기도로 소원하며- ‘대학 합격 통지서’를 앞에 놓고 턱을 괴어 본 지난날의 소회였습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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