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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파켈라키
IP : 121.158.6.90  글쓴이 : 산골어부   조회 : 5106   작성일 : 15-07-08 04:25:49 |

선진국의 파켈라키

 

‘채무불이행 최초 선진국’- 최근의 국가 디폴트 사태로 ‘선진국(先進國) 그리스’가 가지게 된 ‘오명’입니다.

 

“선진국 그리스가 왜 이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을까요?” 하는 뉴스 보도 아나운서의 멘트 속에 그 파국의 원인 중에 하나로 ‘파켈라키’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어로 ‘작은 봉투’를 뜻하는 파켈라키(Fakelaki)가 그리스 정계와 사회 전반에 부정부패를 키웠고 이것이 국가의 몰락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입니다. 바로 ‘뇌물’의 주고받음의 만연입니다. 신문 기사화된 관련 사태에 대한 진단과 논평 중에 아래와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리스가 몰락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과도한 복지지출 등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리스 비극의 진짜 원인으로 부유층 탈세와 부정부패 탓이 가장 크다는 국제투명성기구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리스 재벌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 등으로 사업 등록지를 옮겼고, 스위스 은행 등을 통해 해외로 자금을 빼돌렸다. 이들 부유층과 고소득자들이 연간 30조 원에 달하는 탈세를 하는 등 자신들의 배만 불리기에 치중하는 동안, 정부는 과잉 복지로 나라 재정을 거덜 내기에 이르렀다.

 

또 그리스 공무원들은 ‘파켈라키(Fakelaki, 작은 봉투)’, 즉 뇌물 공여가 관행적으로 굳어져 있었고, 이것이 특히 부유층의 탈세를 방조하는 등 공직 사회 전반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었다. 물론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인해 재정이 악화된 것이 그리스 위기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는 그리스 전체 재정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부유층의 탈세만 막았어도 어느 정도는 감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부정부패와 맞물린 부유층 탈세와 자금의 해외유출이 결국 그리스 경제 전체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기사발췌)

 

결국 ‘작은 봉투’로 대변되는 뇌물 공여의 만연이 그리스를 무너뜨리는 일등 공신이 되었다고 하는 것인데 그로 인하여서 ‘선진국(先進國)’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여졌습니다. 선진국이란 문자 그대로 앞서 나가는 나라, 잘 사는 나라, 평화로운 나라, 약속을 잘 지키는 나라 등의 뜻과 현재를 충분히 내포한 이름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포함한 세상 많은 나라들의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듯 ‘채부불이행 최초 선진국’이 되었군요. 그렇다면 이제 ‘선진국’의 간판을 내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국제 사회에서는 신용과 신뢰가 생명처럼 중요하기 때문에 국민투표로 국제약속을 뭉개가면서 협상의 유리한 고지에 서려고하는 태도는 선진국의 모습도 모양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정부패는 항상 ‘뒷거래’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뒷거래의 실무자 곧 행동대원의 이름은 ‘파켈라키’이며 생긴 모양은 ‘작은 봉투’였습니다. 이 도식을 그대로 밀어부쳐 본다면 결국 그리스를 파국에 이르게 한 주범은 파켈라키라는 이름의 ‘작은 봉투’입니다. 성냥개비 하나가 온 산을 불태운 다는 말처럼 은밀히 오고간 작은 봉투들을 ‘말리지도 잡아내지도-’ 않거나 못한 결과가 결국에는 꽈다-당-!! 요란하게 ‘선진국 그리스’를 무너뜨렸다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촌지(寸志)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전적 정의로는 ‘마음이 담긴 작은 정성’이라는 뜻으로서 미풍양속(美風良俗)을 표방하고 있지만, 언제부터이던가- 그 미풍양속이 추풍악속(醜風惡俗)이 되어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감사하는 작은 정성이 아니라 요구, 청탁 그리고 급행의 조건을 담은 것으로 오고 가는 바람에 사회 건전풍토를 해친다고 하여서 “촌지 안주고 안 받기 운동”이라는 것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 촌지 역시 대부분 작고 하얀 편지 봉투에 담아져서 전달된다는 것과 봉투 속에 담겨진 묵계로서의 전달 내용 등이 역시 같아서 작금의 그리스 발(發) ‘작은 봉투’ 파켈라키의 범주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갑자기-’라고 말들 하지만, 모든 붕괴의 발생에는 그 전조(前兆)가 되어지는 조짐과 징조가 있습니다. 그것을 간과하고 적당히 즈려 밟고 넘어간 이들이 머잖아 곧 당면하게 되어지는 것은 ‘큰 소리 나는 무너짐’이게 마련이지요.

 

반세기 전 초등학교 시절에 교과서에 실려 있던 ‘나라를 구한 소년’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제방에 난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고 밤새 버티다가 죽음으로서 둑이 무너져 나라 전체가 수몰되는 것을 막아냈다는 ‘바다 보다 낮은 나라 네덜란드’의 소년 영웅 이야기입니다. 훗날 들은 바로는 이야기 자체는 창작 동화라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웅대한 교훈’이 주는 감동에 어린 아이들의 애국심이 고취되었었으니 네덜란드에서나 대한민국에서나 교육으로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둔 것입니다.

 

이야기 속에는 ‘작은 손가락’으로 나라를 구했는데, 또 어디에서는 ‘작은 봉투’가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었군요. 언제든지 ‘작은 것’이 큰 것 보다 더욱 말썽이고 문제를 일으킵니다. 큰 것이라면 금방 보고 알고 보수 및 처방을 하지만, 작은 것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기에 알지도 못하고 지나가게 되면서 결국에는 큰 말썽과 사고의 붕괴 곧 ‘무너짐’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등이 그랬습니다. 그러고 보면 매년 몇 달에 한 번씩은 ‘친절한 전화 목소리’로 ‘건강검진’을 받을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개인에게 일어날지도 모를 불행의 ‘큰 일’을 앞서 막아주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입니다. 작은 봉투로 오고가는 뇌물에 대하여서도 그리하여 ‘무슨무슨 리스트’ 같은 곳에 부모님이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들이 오르내리면서 곤혹들을 치르는 모습들이 없어졌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뇌물이란- ‘공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법을 어기고 자기를 이롭게 해 달라고 주는 돈이나 물건’이라는 정의이군요. 그리하여 자신은 잠깐 이롭게 되기도 하겠지만- 그리하여 너도 나도 당장의 이로움만 생각하면서 ‘작은 봉투’들을 만들어 손쉬운 해결책으로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한다면- 너와 나 우리 모두가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날이 오는 것을 볼 수밖에 없다고 하는 교훈을- 금번 그리스 디폴트사태를 보면서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비슷한 처지와 상황에 몰렸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도 나도 일심이 되어 앞 다투어 금모으기 등을 하면서 주머니를 털었던 것으로 결국 극복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였었는데-

 

그리스는 ‘선진국 그리스’인 만큼- 일찍이 전무후무한 찬란한 고대 헬라문화를 만들어 세계의 문화이정을 세우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던 영광의 때를 상기하면서 화합과 단합의 ‘선진민족정신’을 발휘해내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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