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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하는 날
IP : 121.158.6.90  글쓴이 : 산골어부   조회 : 4596   작성일 : 15-04-24 04:37:07 |

입대하는 날

 

오늘은 우리 교회 청년 이주경 군이 공군으로 군에 입대를 하는 날입니다. 이 일에 저의 감회가 남다른 것은 ‘주경이’가 우리 교회 주일학교 출신으로는 첫 군입대자이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에 우리 마을로 이사를 와서 엄마와 그리고 유치원 여동생과 함께 교회에 들어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후로 11년 정도 세월이 흐르니까 이렇듯 튼실한 대한민국 청년 건아가 되어 국방의 의무를 다하려고 군에 입대를 하는군요.

 

초, 중, 고 그리고 대학시절을 이어가면서 늘 우리교회 식구였던 것을 돌아보게 됩니다. 물론 부모님 두 분도 저희 교회 집사님이시니 한 가족 네 식구가 십년 넘는 세월을 한 마을 한 교회에서 함께 지낸 것이지요. 참으로 감사한 일이어서 그 모든 인도하심과 귀한 만남을 이루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아이들 크는 것은 금방이지.”라고 하시던 어르신들의 말씀대로 ‘아이들의 자라남’은 과연 순식간이군요. 그리고 그 대신 저는 이제- 우리나라의 국토를 지키는 용감무쌍한 ‘국군 아저씨’들을 일컬어 감히 ‘군인 아이들’이라고 불러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만한 나이에 이르렀습니다. 저 역시 40년 전에는 ‘국군 아저씨’였는데 이제는 언제 쯤 손자가 생겨서 ‘할아버지’ 소리를 들어볼까 생각하며 과년(瓜年)한 딸아이에게 은근한 채근으로 압력을 가하는 사람이 되었으니- 왠지 먼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게 됩니다.

 

어제 주일 오전예배 말미에 호명 받고 앞으로 나와서 성도들에게 인사를 하는 주경이를 강단 위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40년 전 저의 ‘입대 날’ 장면들이 솔솔 떠올랐습니다. 입대자, 보내는 가족, 파견된 호송 군인들 그리고 장사하는 사람 도장 파주는 사람들로 왁자지껄- 떠들썩했던 1976년 10월 18일의 왕십리역... 그때에 나와 함께 입영열차를 타고 칙칙-푹푹- 달리는 기차 안에서 ‘쥐잡이’로 군기를 세워 가며 논산으로- 논산으로- 긴 시간을 달려갔던 나의 입대 동기들은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오늘, 주경이가 입대하는 날 가족들이 입소식 장소까지 데려다 준다고 들었습니다. 엄마 집사님은 헤어질 때 울지 않으려고 마음을 달래고 있는 모양인데 두고 보아야 알 일이지요. 허허. 저의 입대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달라진 병영 문화이며 생활이라고 모두가 한 결 같이 입을 모아 말들 하는 것에서 다소 위로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러나 역시 남자들만의 세계이기에 조금은 거칠고 험한 모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기에- 오히려 그 속에서 더욱 더 연단되고 단련되는 것으로 ‘진짜 사나이’가 되어 “충-성-!!” 멋지게 경례를 부치며 인사하는 모습을 기대하여 봅니다.

 

“공군? 그러면 이제 비행기를 몰고 다니는 거냐?”

 

“하하 아녜요, 목사님. 저는 수송부 운전병 보직이예요.”

 

그래- 비행기면 어떻고 자동차면 어떠냐. 수송부라- 군대는 원래 장비를 다루는 부서와 보직이 군기가 세다고는 하지만, 제대하고 나와서 써 먹을 곳도 없는 소총 쏘는 법이나 탱크 운전 보다는 훨씬 유익하게 남는 것이 있을 것이니 부디 성실하고 오직 몸조심하여라. 가족들과 우리 교회 성도들 모두가 한 결 같이 바라고 기도하는 것은 아무런 사고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복무를 마치고 떠날 때처럼 다시 인사를 하며 자신의 건강귀향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늘 기도를 그치지 않으마.

 

“군대 가면 정신 똑 바로 차리고 빠릿-빠릿 해야 된다. 어리굴젓에 물 부어 놓은 것처럼 희멀거니 어리-버리 하다가는 제 건빵도 못 찾아 먹는다.”

 

이제는 40년 세월이 거짓말처럼 후다닥 지나가 버린- 제가 입대할 즈음에 어른들은 저에게 그렇게 염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허허. 주경이에게도 이 말을 해줄까 하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어련히 알아서 잘 할 청년이기 때문입니다. 6주간 훈련을 한다고 하니 자대로 가기 전에 한 번 쯤은 잠시 며칠 집에 보내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빛나는 공군’ 군복을 입은 주경이의 힘찬 “충-성-!!” 경례를 받아 보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늘 건강하고 사고 없는 좋은 복무의 날들을 하나님이 붙여주신 은혜의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다시 한 번 기도합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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