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지르셨습니까?
혹시 ‘홧김에-’ 무슨 일을 “확- 내질러-” 버린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그 일로 후회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지금도 여전히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까? 국어사전에서 ‘내지르다’를 찾아보면-
1. 주먹이나 무기 따위를 밖으로 힘껏 지르다.
2. 소리 따위를 힘껏 지르다. 비명을- / 환호성을-
이라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속어로 ‘돈’이나 ‘자식’에 대하여서도 그렇게 사용되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부연 설명도 있습니다. 즉 ‘돈을 내지르다-’ ‘자식을 내지르다-’ 라는 것인데, 물론 가르치거나 권할 수 있는 ‘고운 말’의 범주에 드는 말은 아닙니다. 상기한 설명 중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람들이 가장 쉽게 ‘내지르는 것’은 ‘주먹’이나 ‘소리’입니다. 주먹은 말할 것도 없는 무자비한 ‘폭력’의 모양이고, ‘내지르는 소리’는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고함(高喊)소리’입니다. 두 가지 모두 화(火)를 참지 못하여서 ‘내지르는-’ 모양의 대표적인 것들입니다.
그렇게 내지르는 고함소리는 주로 쌍욕을 동반하게 마련이고 또 주먹의 경우에는 크게 다치게 하기 일쑤이기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과 사건으로 치닫게 합니다. 피를 흘리며 싸우게 되고 크게 다치거나 혹은 다치게 하여 사건 수습을 위하여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어 경찰서 내부 구경도 하게 되는, 매우 번거롭고 창피하고 그래서 후회되는 일들을 겪게 되지요.
주먹이 나가거나 큰 소리가 나가게 되는 것은 눈앞에 있는 사람이나 전개되는 상황 등이 ‘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가 난 상태가 되고, 일단 화가 나면 사람들은 갑자기 ‘물불을 안 가리는-’ 용감한(!) 사자가 되어 버립니다. 중요한 것은 앞에 있는 사람이나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것으로서가 아니라 오직 ‘내 맘에 들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되어 진다는 것입니다.
“그래, 너 내 성질 건드렸어-!!”
하는 격분의 심리 상태를 이성과 인내로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큰소리를 지르게 되고 또 주먹을 내지르게 됩니다. 그런데 그러한 모양의 대부분은 그때 당장의 격한 상황이 지나면 휴- 한숨을 쉬고 후회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혹시 지난날들 중에서 나의 그러한 모양들이 있었습니까? 아마도 있었겠지요. 우리 모두가 그러한 장면들을 한두 개 씩은 다 가지고 살아갑니다. 꽥- 소리를 지르거나 욱- 하는 잠깐의 심정을 참아내지 못하고 내질러 버린 고함소리나 욕설 그리고 주먹이나 손찌검 등입니다.
다만- 그러한 모양과 장면들을 지금까지도 ‘자랑스러움’으로 남아있거나 가지고 있기에 어깨를 으쓱 거리면서 내가 그때 그랬다고 자랑스레 자녀들에게 이야기하고 이웃에게 들려주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왜냐 하면, 대부분의 그러한 장면들은 무슨 큰 애국적 대의명분이나 정의수호의 상황에서 일어난 것들이 아니라 가정에서 아내나 자녀들에게, 회사에서 동료나 부하 직원에게, 친구들과 또는 이웃과의 관계에서의 소소하고 사사로운 일들로 시작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보고 있는 사람들이고 앞으로도 여전히 보아야 할 사람들이 대부분이지요.
그리고 혹 그렇게 ‘내질러 버린-’ 일이 나에게는 별일이 아닌 것 같아도 상대방에게는 큰 대못이 되어 가슴 속 깊이 박히게 된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여전히 늘 가까이서 보아야하는 사람이기에 크게 내색을 하거나 외면하지는 못하고 그저 어색한 모양으로 지내게 되는데 또 쯧- 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조금만 지나면 다 괜찮아지는 거지 뭐...”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물론, 몸으로든 마음으로든 입은 상처들은 시간이 가면 아물기는 하지만 그 흔적은 남게 마련이며 특히나 마음으로 받은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으면서 작게는 늘 원망의 마음을 갖게 하고 크게는 한 사람의 삶의 향방이 바뀌어 질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만일 내가 나의 성질을 이기지 못하여 벌어진 일이라면 대충 얼버무리면서 ‘세월이 주는 자연치유’에만 맡길 일이 아닙니다.
불 일 듯 일어나는 자신의 성질을 참아내지 못하고 누구에게 별스럽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을 내지른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내가 지금도 기억을 하는 만큼 상대편도 여전히 기억하고 아파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특히나 아내 자녀 친지 친구 동료들에 대하여서 더욱 그러하여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다가가서 “그때 내가 잘 못 했어...”라고 조금은 겸연쩍은 모습으로 먼저 말하는 것으로 ‘너와 나’의 마음 속 응어리 진 장면들을 다 지워버릴 수 있는 지혜롭고 용감한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언젠가- “질러-질러-” 하는 유행어가 있었습니다. 그저 좌중에 웃음을 주기 위한 것이라면 괜찮을 것이지만, 거기에서 엉뚱한 용기(?)를 얻어서 자신의 현재를 고려하지 않고 눈앞에 상황에 대하여서 확- 내질러 버린 것으로 패가망신을 한 사람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웃자고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나의 자리와 위치를 바로 지키면서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거나 입히지 않는 사람, 모든 세상의 부추김을 인내와 지혜로 다 이겨내면서 결코 홧김에 “내지르지 않는-” 평강의 사람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