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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살아 나셨네...
IP : 121.158.6.90  글쓴이 : 김홍우   조회 : 4214   작성일 : 14-11-16 23:01:39 |

오늘은 살아 나셨네

 

“저 집사님 오늘은 살아 나셨네...”

 

교회 안에서 예배 시작 전에 할머니 집사님 한 분이 저 만큼에 계신 또 다른 할머니 집사님 한 분을 가리키십니다. 두 분 모두 고령으로 비슷한 연배이신데 건강 상태도 비슷 하셔서 교대(?)해 가시면서 예배에 나오시지 못하는 때가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일예배에 빠지셨던 한 집사님을 가리키시면서 하시는 말씀이지요.

 

“오늘은 살아 나셨네...” 라는 말은 이렇듯 전해 듣거나 쓰여진 글을 읽기만 하여서는 웃음이 나오는 말입니다. 오늘은 살아나셨다니- 그럼 어제는 돌아가셨었고 오늘 부활하셨나... 허허. 사도 바울은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 말했는데 혹 그 할머니 집사님도 그와 같은 경지에 이르신 것인지- 하면서 웃어 보기는 합니다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의 안쓰러움이 가득히 일어납니다. 그렇습니다. 그 말씀 속에는 늘 병약한 친구 할머니 집사님에 대한 염려스러움과 동시에 그를 통하여서 바라보는 자기투영도 함께 있습니다.

 

늘 어딘가 아프고 그래서 힘이 없고 또 그래서 잘 넘어지기도 하고 그러니까 자주 다쳐서 그때 마다 자녀들이 우르르 내려오는 것으로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고... 그렇게 그런 저런 연유로 병원을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까... 휴- 하고 긴 한숨만 나오면서 그렇게 나이 들고 또 건강치 못한 비슷한 사정의 이웃 친구 할머니를 볼 때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감정으로서의 마음속 애잔함이 그렇듯 흘러나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살아 나셨네...’라고 하는 말은 하루 그리고 또 하루를 염려와 궁금함으로 지내셨다는 것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며 그날 하루의 건강함을 확인하는 것으로서의 친구 할머니에 대하여서는 물론, 자신에 대한 ‘오늘의 안도(安堵)’도 있습니다. 그래서 [O.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가 생각납니다. 혹 이 할머니 집사님에게 저 할머니 집사님은 ‘마지막 잎새’와 같은 존재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두 분 할머니 집사님들은 가끔씩 6.25 전쟁 때 이야기도 하십니다.

 

“내가 열...여섯 살 때인가.. 인민군이 여기에 쳐들어 왔었어... 저 산길이 그 사람들 지나가는 길목이었다니까... 우리 엄마에게 밥을 좀 해달라고 해서 먹고 가기도 했지... 어느 날인가 갑자기 막 폭탄이 날아오고 서로 총들을 쏘고 난리가 났는데- 난 엄마한테 뛰어가다가 갑자기 옆에서 쾅-!! 하는 소리가 나고는 내가 공중에 붕- 뜨는 것 같았는데, 그 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 몰랐어. 나중에 깨어났는데 몸이 피투성이가 되었고 엄마가 그러는데 폭탄이 날아와 터져서 내가 한 10m 쯤 날아 갔나봐 저기- 그때 저기에 고추밭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로 뚝 떨어졌다구 그러더라구... 그때 죽는 줄 알았는데... 이게 그때 생긴 상처야... 이것 때문에 시집도 못 갈거라구 다들 그랬지...”

 

과연 옆구리며 어깨 쪽에 큰 상처 자국들이 있고 그때에 망가진 귀의 청력 때문에 고생도 많이 하신 분이십니다. 그래요... 참... 고생들도 많이 하신 우리 어머니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건대 그렇듯 하시는 말씀들은 곧 ‘오늘도 살아 있구나.’를 확인하여야 했던 전쟁 속 난장 통을 지나며 숱한 시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게 되어 질 무렵에 자연스럽게 입에 배어진 말씀 중에 하나가 새어나오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늙은 것도 슬픈데... 병까지 들어서...”

 

누구랄 것도 없이 고령에 이르신 어르신 들이 입으로 마음으로 많이 하시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누구누구라고 손가락으로 특정하여 가리킬 수 있겠습니까... 결국은 불원간에 되어 질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령화 시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앞에 펼쳐질 ‘나의 고령의 장면’들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전쟁터를 뛰어다녀 보거나 초근목피로 연명하여보지는 않았지만, 그러한 시대를 ‘현재’로 살아가면서 온갖 상처들을 몸과 마음에 입었지만 그래도 이빨을 사려 물고 말라버린 젖꼭지를 우리들의 입에 눈물로 물려가며 ‘작금의 시대’를 열어주신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 집사님 오늘 살아 나셨네...”

 

내일도 꼭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나시기를-’ 진심을 다하여 간절히 기도 합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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