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의 모양과 형편
우리교회의 등록성도 수는 현재 54명이고 주일 예배시간에는 50~60명이 모여서 예배합니다. 그래서 아주 감사하고 만족하고 기쁩니다. 혹자는 이러한 저를 보고 ‘너무 그릇이 작은-’ 목사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목회자라면 거의 대부분이 큰 교회와 큰 교회 목사 되기를 원하고 있다 라는 것이 우리시대 목회자의 성공정형으로 인식되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부흥의 시절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큰 교회’들로 인한 영향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것이겠지요. 아직도 목사님들의 모임에서 이야기들 할 때에 100명 성도가 모이는 정도는 ‘작은 교회’라고 말들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씀하시는 목사님들의 다수가 ‘십 수 명 목회’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여 지는 것에 의해서 마음으로만 크게 부풀려진 그 무엇이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 2014년- 그 십 수 명마저도 자꾸만 줄어들고 있는 것이 작금의 산골마을 작은 교회들의 현재이며 형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목회자들에게는 수 천 수만 명 모이는 큰 교회들과 그렇게 목회하시는 목사님들이 ‘목회와 목회자의 롤 모델’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목회를 시작하는 목사님들에게 목회란 오직 ‘사람들을 많이 모이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궁극적인 목표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5년 안에 삼천 명 성도가 모이는 교회를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글쎄, 꿈도 야무진 것일까요. 이제 막 목사 안수를 받은 청년 목회자의 첫 일갈로 오래 전 교단 신문에서 읽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벌써 오년이 훌쩍 넘었는데 부디 그 꿈이 이루어졌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곳 산골마을을 비롯하여 시골 교회들 중에는 10명이 채 모이지 못하는 교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것도 교회의 설립역사가 10년, 20년 심지어는 30년이 되었음에도 역시 그러한 교회규모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시골 교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참, 지긋지긋하게도 안 모여요...” 하는 말도 목사의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것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소망은 강 건너 모깃불만큼 희미하여지고 목회의 어려움보다는 당장의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긴 한숨들을 뿜어내기도 합니다.
그러한 목회자들이 보기에 교회설립 21년 만에 60명이 예배당에 가득차서 (의자 좌석수가 60석이 채 안되기에-) 예배하는 저희 교회는 ‘큰 교회’이며 자신이 세운 기준으로서의 ‘대형교회’일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곳 목사님들이 모여서 무엇인가를 의논하였을 때에 한 목사님이 저를 가리키면서 “그러한 것은 큰 교회에서 해야 되지요. 목사님이 하세요.”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졸지에 저는 50명 모이는 ‘큰 교회 목사님’이 되었습니다만, 그때 갑자기 몰려오는 무엇에 대하여서 인가 모를 미안함 마음, 그리고 동시에 크게 깨닫는 것이 있었습니다.
‘목사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구나.’ 하는 것과 ‘교만한 마음은 이렇게 생겨지는 것이구나.’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내가 지금 한 300명 모이는 목회를 한다고만 하여도 지금 이 목사님들과 이렇게 앉아있을까... 십 수 명 성도를 이끄는 목사님들 앞에서 얼마나 콧대가 높아져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가면서 ‘그래 어쩌면 나 같은 목사가 수천 명 성도를 이끌게 된다는 것은 곧 나도 남도 망하게 하는 길이 되는 것일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교만일까요? 겸손일까요? 욕심 없는 마음일까요? 원래 그릇이 작기 때문일까요? 쯧-쯧- 혀를 차게 하는 못난 목사의 자신감 상실의 표출은 아닐까요? 그저 작은 모양으로나마 안정된 목회 현실에 안주하려는 마음의 일단은 아닐까요? ‘별의 별’ 생각들이 저마다 손을 들고 나옵니다. 쯧- 어떤 것이 되었든 못난 모양만은 분명하지... 하는 생각입니다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고 또 어떤 모임에서 한 목사님이 하였던 말이 생각납니다. “아- 못났으니까 시골에서 몇 명 데리고 그러고 있지.” 물론 저를 겨냥하여 한 말은 아니기는 하였습니다만, 오래 도록 가슴 한 켠을 시리게 하는 말로서 남아있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큰 교회’를 소망하여 기도하거나 ‘많은 성도’를 하나님께 구한 적이 제 기억으로는 없습니다. 아마도 아니 분명 내 작은 그릇으로는 도저히 담아 낼 수 없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의 시달림’을 염려하고 두려워하였기 때문입니다. 만일 ‘큰 교회=진리 확장’이라는 단순도식이 이의가 없는 정답인 것이라면 저는 낙제점 목사이고 책망 받아 마땅합니다. ‘성도 모으기 사역’을 게을리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저는 날마다- 교회의 ‘건강함’과 성도들의 ‘화목함’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교회는 무엇보다도 큰 소리가 나는 것과 그것으로 마음들이 상하고 그래서 서로 외면하고 불화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만족하고 감사합니다. 지금의 모양과 형편도 나보다 나의 분량을 더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내려주시는 은혜와 이루어 주시는 모양이 ‘우리교회의 모습’이라고 막무가내로 저 자신에게 고집하면서- 목회의 당위를 세우고 있습니다. 흠... 이곳 산골마을에서 다만 하나님 앞에 심히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는 일없이 조용하고 건강한 목회를 하다가 어느 날 하나님이 부르시면 아무런 흔적도 굳이 남기지 않고- 또, 한 10년 쯤 지나면 내 이름마저도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좋은- 그러한 삶과 마름의 모양이 되고 싶습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