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기도로 시작한 대한민국 제헌국회
8·15광복 후 미군정하에서 국제연합(UN)의 감시 아래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를 실시하여 구성된 국회를 말한다. 즉, 한국 제1대 국회로서 그 회기는 1948년 5월 31일부터 동년 12월 18일까지 총 203일간이었다. 제헌국회(制憲國會), ‘제헌의회’라고도 한다.
대한민국 제헌국회는 1948년 5월 31일 임시의장인 이승만 박사의 사회로 시작됐다. 이승만 박사가 감리교 출신 목사인 이윤형 의원에게 기도해줄 것을 요청, 제헌국회는 기도로 개회됐다. 다음은 1948년 5월 31일 오후 2시 제헌국회 개원식에서 기도를 올리게 된 정황과 기도문 전문이다.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 제1차 회의는 당시 임시의장이었던 이승만 박사의 다음과 같은 개회사로 시작되었다.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종교 사상 무엇을 가지고 있든지 누구나 오늘을 당해 사람의 힘만으로 된 것이라고 우리는 자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에게 기도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동의와 제청)
우리가 다 성심으로 일어서 하나님에게 감사를 드릴 터인데 이윤영 의원 나오셔서 간단한 말씀으로 기도를 올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윤영 의원이 나올 때 일동 기립했다.
[1948년 5월31일 오후 2시 제헌국회 개원식 이윤영의원 기도문 전문]
우리에게 독립을 주신 하나님!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 이 민족을 돌아보시고 이 땅에 복을 내리셔서 감사에 넘치는 오늘이 있게 하심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오랜 세월 동안 이 민족의 고통과 호소를 들으시고 정의의 칼을 빼셔서 일제의 폭력을 굽히셨으며 세계인의 양심을 움직이시고 우리 민족의 염원을 들으심으로써 역사적인 환희의 날이 우리에게 오게 하시고 하나님의 섭리가 세계만방에 드러나게 하셨음을 믿습니다.
하나님, 아직까지 남북이 둘로 갈린 이 민족의 고통과 수치를 씻어주시고 우리 민족, 우리 동포가 손을 같이 잡고 웃으며 노래 부르는 날이 우리 앞에 속히 오게 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 민생의 도탄이 오래 갈수록 이 땅에 악마의 권세만 확대될 것이오니 거룩하신 하나님의 영광이 속히 이 땅에 임하게 하시기를 원합니다.
우리에게 독립을 주신 하나님, 이제는 남북의 통일을 주시고 또한 민생의 복락과 아울러 세계 평화를 허락하여 주시기를 원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출처: 제헌국회 속기록)
이렇게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로 시작한 대한민국 국회의 현재 국회의원들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하나님의 뜻’ 발언을 놓고 날을 세우며 낙마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과 민족분단 등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발언은 자칫 듣기에 따라서 공인된 총리 후보자로서의 적절치 못한 것이라고 지적을 받을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첫째는 그 발언이 후보지명 이전의 일이며, 후보자는 교회의 장로이고, 장소는 교회 안이며, 때는 강연 중에서이고, 앞에 청중들은 모두가 교회의 성도들이었는데- 무엇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교회의 장로로서 총리후보로 지명 된 이가 어떤 다른 장소에서 일반인들을 향하여서도 아니고 (만약 그러하였다면 분명히 적절치 못한 것이겠지만-) 교회 안 강단에 서서 모인 성도들을 향하여 자기의 믿음과 신앙의 관점 그리고 판단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인지? 종교인이 자기가 섬기는 신에게 감사와 공로를 돌리는 것도 잘못이라는 것인지-
문창극 총리후보자가 과연 총리감인지 총리가 되면 잘 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렇듯 후보자 앞에 엉뚱한 걸림이 자꾸만 놓아지는 풍토가 조성되어지는 것 같아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의 장차를 염려하게 되는데 기우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미 숱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터이기에- 저 같은 산골 목사마저 나서서 무엇을 보탤 것은 없겠지만,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간구의 기도로 시작한 대한민국 국회에서- 이제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조차 금지어가 되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 같아서 쯧-쯧- 하는 마음입니다. (하나님, 이렇게까지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한 번 더 긍휼히 여기시고 살펴주시옵소서.)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4-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