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양하우스 힐링캠프를 다녀와서
어제까지 속초 설악동에 있는 고(故)한경직 목사님 기념관 ‘추양하우스’에서 2박3일로 진행된 ‘목회자들을 위한 힐링캠프’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원래 ‘방콕’스타일이라서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그 추양하우스의 이사 되시는 나옥주 권사님의 동생 이신 우리 교회 나인자 권사님의 강권하심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속초 쪽으로는 여러 번 가 보았지만, 이번 기회에는 가보지 않은 길로 가보리라 처음부터 마음을 먹고 출발하여 말로만 듣던 홍천-미시령 고개 코스로 들어섰습니다. 미시령을 넘어가면서 옆으로 보여질 10월 설악산의 아름다운 모습과 장대한 울산바위를 기대하였지만, 잔뜩 흐린 날씨에 짙은 안개 그리고 부슬 부슬 내리는 비로 인하여서 아쉬움으로 포기하여야 했습니다.
추양하우스에 들어서자 아주 잘 차려진 뷔페식단으로 점심식사를 대접 받았습니다. (2박3일 내내 풍성한 식단이 차려졌는데 특히 성게를 넣어 끓인 미역국, 각종 건강 산나물, 삼계탕, 그리고 싱싱한 바다 회와 영덕대게찜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식사의 한 끼 비용 밖에는 되지 않을 등록비를 내고 그렇듯 기간 내내 풍성한 식탁을 대하자니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하였습니다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2박3일이라는- 그것도 첫날은 오후부터 마지막 날은 오전까지라고 하는 빡빡한 일정 탓으로 강연과 특강이 쉴 틈 없이 이어져서 몸은 약간 피곤하였지만, 우리나라 기독교계의 목회자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큰 목사님들이 강연자로 나서서 여러 가지 유익한 말씀들을 들려 주셨습니다. 림인식, 홍정길, 이동원, 이철신, 진재혁 목사님 등등입니다. 그 목사님들의 강연을 듣는 내내 저는 ‘과연 큰 목사님들은 틀이 다르구나’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고 과연 그렇듯 ‘큰 이름’들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어서 멋지고 유익한 시간들이 되었습니다.
강원도 산골 마을에 콕(!) 박혀 이러한 류의 외출이라고는 거의 없이 11년을 지내온 저에게는 많은 깨달음과 여러 가지 도전을 준 강연들이었습니다. 일부- 날마다 교회는 비워 놓고 세미나를 찾아다니는 이들에 대한 반감에 기초하여 교계의 흐름이나 소식들과는 거의 단절한 채 산과 숲 속의 작은 교회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일만을 지금까지 묵묵히 하여 왔습니다. 잡다한 주위를 물리치고 맡겨진 일에만 올인 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겠지만, 또한 이렇듯 년 중 한 번 쯤은 귀한 목사님들로부터 목회전반에 걸친 여러 가지 말씀들을 듣는 것은 참 좋은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아마도 저의 목회 취향이 한 몫을 하였을 것인데 우선은 ‘주여 삼창’을 하면서 감성 쪽으로만 흐르지 아니하는 진행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 역시 ‘주여 삼창 통성기도’ 인도를 많이 해 본 목사이기는 합니다만, 기도의 형태도 시대와 흐름에 따라 또 주어진 상황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부르짖는 시대가 있었다면 또한 묵상하는 시대도 있어야 하고... 즉 진리를 변함이 없는 것이지만, 신앙의 모양과 형태는 당면하는 각각의 시대적 특성에 발맞추어지기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추양 한경직 목사님의 아호 추양(秋陽)은 ‘가을 햇볕’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가을 햇볕이라.... 과연 그 분은 그렇게 살다가 가셨습니다. 지금의 계절이 가을인지라 더욱 생생함으로 다가오는 추양(秋陽)이라는 목사님의 아호는 그래서 또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가을 햇볕은 무엇보다도 ‘곡식 낱알을 익히는 역할’이 제일 큽니다. 아주 녹여 버릴 듯이 뜨겁지도 아니하고 비추어지는 내내 ‘따사로운’ 햇볕의 운동력은 벼를 익히고 그래서 서서히 고개를 숙이게 합니다. 사람도 이와 같은 이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목사의 역할도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기조강연을 하신 홍정길 목사님의 ‘자신이 설교한 대로 사는 목사가 되자’는 말씀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늘 들어왔던 내용과 각성을 담은 말씀이기는 하지만, ‘말’이라고 하는 것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그 무게가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목사는 ‘입’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성령’으로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겠지요.
강연이 끝나고 식당 복도 쪽에서 홍목사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에 그 분과 악수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과 대화중이신 목사님을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대화를 마치신 목사님이 제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머리 숙여 인사를 하면서 말했습니다.
“목사님과 악수를 하고 싶어서요...”
“예? 목사님 무슨 말씀을-” 이라고 하하 웃으시면서 제 손을 힘 있게 잡으셨습니다.
여러 훌륭하신 목사님들이 손을 잡아 볼 수 있어서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그럴 줄 알았더라면 한 20년 전 남한산성에 올라갔을 때 한경직 목사님을 찾아 뵙고 악수라도 한 번 하였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저 먼발치에서 한두 번 뵌 적이 있는 한경직 목사님과,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대지 위에 함께 발을 딛고 서서 호흡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추양 한경직목사님의 가르침과 족적이, 감히 맡아 감당하고 있는 저의 목회 모습에 믿음과 성숙을 더하게 하여주는 것으로, 날마다 더욱 익어가게 하고 종국에는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게 하여주는 “추양(秋陽)”이 되게 하여 주십사하고 간절히 기도합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3-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