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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고래 한 마리...
IP : 121.158.6.71  글쓴이 : 김홍우   조회 : 4515   작성일 : 13-09-26 22:55:55 |

예쁜 고래 한 마리...

 

이름도 생소한 ‘침샘암’으로 5년여를 투병하던 작가 최인호님이 결국 우리 곁을 떠나갔다는 소식입니다.

 

지난70년대- 청년문화의 기수로서도 여러 가지 수식이 따라 붙곤 하던 님의 이름이 이제는 이 가을 초입에 목덜미쪽으로 내려앉는 선선함의 느낌처럼 쓸쓸한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곧 ‘활발한’ 이름의 자리를 찾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님은 그 투병 중에도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었던 장난스러운 웃음처럼 활발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며 언제까지라도 ‘활발한 청년 최인호’로 기억될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하고는 정확히 10년 차이인 1945년생으로 먼저 세상에 나온 님의 별세 소식은, 학창 시절 그의 소설들을 즐겁게 읽으며 좋아했던- 그러나 이제는 저렇듯 꺼져있는 컴퓨터 모니터에 비추어 보여 지는 턱을 괸 저의 모습의 어수선함 위에, 님의 생전에 늙지도 변하지도 않았던 빠른 턱선 모양이 오버랩 되면서 그 쓸쓸함이 더해집니다.

 

70년대 초반 즈음에 학교를 다녀오기 무섭게 조선일보를 찾아들고 콩당거리는 마음으로 님의 연재 ‘별들의 고향’을 읽은 사람이기에, 저렇듯 사람 좋은 순박한 웃음을 웃고 있는 님의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어디를 향한 것인지 모를 나의 시선에 깊은 한숨이 추임새를 띄우며 지난 영상들을 재촉합니다.

 

“그래, 세월아, 너는 어쩌자고 잠시도 쉬는 법이 없이 이렇듯 우리 모두를 함께 싣고 두둥실 잘도 흘러가는구나....”

 

어떤 평론가의 표현처럼, “물에서 금방 건져 올려 져서 펄떡거리는 물고기의 비늘처럼 번쩍이는 생생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문체”로 한 시대를 풍미하였던 님은 이제는 저 싸리나무 울타리 담장 너머로 씩- 웃어 보이고는 사라져 버리는 속없는 나그네의 떨떠름한 모습처럼, 누구나 다 아닌 체- 모른 체- 잊고 있는 체를 여전히 하고는 있지만, 결국에는 모두가 가야할 곳으로 조금 먼저 갔습니다.

 

님의 많은 작품들이 여전히 우리들 속에 남아서 님을 반추하게 할 것이지만, 이렇게 화면에 비추어진 님의 웃는 모습을 마른 침을 삼키며 바라보고 있자니 님이 지어 놓은 노랫말 ‘고래사냥’이 떠오릅니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간밤에 꾸었던 꿈의 세계는 아침에 일어나면 잊혀 지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내 꿈 하나는 조그만 예쁜 고래 한 마리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

 

우리의 사랑이 깨진다 해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는다 해도

우리들 가슴속에 뚜렷이 있다 한 마리 예쁜 고래 하나가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

 

님은- 모든 사람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 무언가 즐겁고 신나는 것들을 원하고 찾지만, 사실은 그러한 추구의 모양 자체가 ‘살아있기에 겪고 있는 슬픔과 고단함’을 뿌리치고 싶은 마음의 반증이라고 보았던 것일까요?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하는 표현은 누구도 나의 내민 손을 잡아주지 아니하는 차가운 모습들의 무표정한 얼굴들을 뒤로 하며 뿜어져 나오는 힘들고 지쳐버린 고단함 속의 뜨거운 한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덜커덩거리는 삼등 완행열차에 나의 지친 몸을 싣고서- 그러나 달아나는 것도 쫓겨 가는 것도 아니야 나에게는 목표가 있고 꿈이 있어- 그것은 바로 그 넓고 푸른 바다 가운데서 예쁜 고래 한 마리를 만나는 것이지- 혹시 나같이 아무 손도 잡지 못하여 외롭게 나온 놈이 있을까- 그렇다면 내가 그를 잡든지- 그가 나를 잡든지- 우리 둘의 만남은 분명히 후회할 것이 없는 아름다운 모양이 될 것은 분명하잖아-

 

최인호님... 이렇게 저렇게 보여 지는 차창 밖 장면들을 연신 뒤로 밀어 보내면서, 세상의 분주함 같은 것이라고는 전혀 없이 한가하고 느긋한 ‘삼등삼등 완행열차’를 타고 여행을 하셨을 것이니 지금쯤이면 예비 된 종착역에 내리셨을 것 같군요. 침샘암이라고 하는 천하의 고약한 놈은 결코 따라오지 못하는 곳에서, 마음속으로만 그려 보시던 ‘예쁜 고래’와 상봉을 하셨습니까? 제가 갈 때까지 잘 길들여 놓아서- 그때가 되면 우리 함께 신나게 타고 돌아다니십시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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