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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풍선을 타고-
IP : 118.44.11.53  글쓴이 : 김홍우   조회 : 4854   작성일 : 13-04-16 11:08:48 |

노란풍선을 타고-

저희 작은 딸아이가 한 참 좋아했던 동방신기가 부른 노래 중에 “내 어릴 적 꿈은~ 노란풍선을 타고~”하는 유쾌한 가사가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연주 노래 곡들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USB에 담아 차안에서 틀고 다니기에 운전 중에 한 번씩은 듣게 되지요. 이제 고등학생이 된 아이는 벌써 시들해 하지만, 저는 그 노래가 점점 좋아집니다. 왜냐하면 저도 어릴 적 ‘풍선을 타고-’의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고 그 노래가 그때의 장면들을 불러 주기 때문이지요.

 

“저~기 풍선이 날아간다-”

 

초등학교시절, 하왕십리 양지시장을 지나는 등굣길에 사람들이 손가락을 하늘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올려다보니 정말 노란풍선 하나가 둥실둥실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풍선이 저 길 건너편 무학동산 너머 구름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서서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구름 속’까지는 아니고 너무 높아 작은 점이 되어 가물가물할 때까지였겠지요. 그러나 그때는 그 풍선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 날아가는 풍선은 큰 도로 한 편에 있던 풍선장수 아저씨 옆에서 울상을 하고 있던 여자아이가 놓친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아이는 슬펐겠지만 대신 여러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순전하면서도 허허로운 볼거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50년 전 그 시절- 가스통을 자전거에 싣고 다니면서 풍선을 불어서 아이들에게 파는 ‘풍선장수’아저씨가 등하굣길에 거의 꼭 있었는데 그 자전거 앞 핸들 쪽에는 이미 탱탱하게 불어진 많은 색색갈의 풍선들이 한 묶음이 되어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듯이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저 하늘 높이 올라가면 어떠한 것들이 보일까... 구름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 노란 풍선에 매달려서 저렇게 높이 높이 날아 올라가 보았으면... 하는 - 과연 어린아이다운 생각과 상상이 꿈으로 펼쳐지곤 했습니다. 그 후로도 하늘로 올라가는 풍선들을 여러 차례 보았습니다만, 그때 그 노란풍선의 비상(飛上)이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노란 풍선을 잡고 하늘 높이 올라가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허허 그래서 생겨진 아쉬움일까요? 지금도 ‘노란풍선을 타고-’하는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아련하여지기도 합니다.

 

‘풍선’이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주는 느낌은 늘 특별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행사장에는 형형 색색의 풍선이 빠지는 일이 없지요. 또 어른들의 행사라고 하더라도 풍선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이 있고 그 수천 개의 풍선을 하늘 높이 날려 보내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때 거기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들고 그렇듯 하늘 높이 높이 날아가는 풍선들을 아주 작아 질 때까지 시선으로 좇았습니다.

 

빨강, 파랑, 노랑, 하양, 주황의 풍선들이 흰구름이 둥실 떠가는 푸른 하늘 한 가운데로 날아가는 모습은 우선 그 색감의 조화에서 참 예쁘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또한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 풍선들마다에 자신의 ‘무엇’인가를 실어 보내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람이며 한숨일 수도 있고 추억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나마 ‘어린아이의 마음’이 되어 보는 것은 저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 하늘 높이 올라가는 풍선을 바라 본 적이 있습니까? 혹 그것이 바로 내가 놓친 것인 기억도 있습니까?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그 장면 속의 풍선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요?

 

봄이 되어, 앞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는 중에 이미 바람이 다 빠지고 상당히 빛이 바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꼭지에 실이 묶여져 있는 ‘노란풍선’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을 주워 드니 슬며시 내 마음에도 봄날의 훈풍이 불어옵니다.

 

어디서 날아올라서 이 곳 강원도 산골짜기에 까지 날아 온 것일까... 아마도 어떤 아이가 놓친 것이겠지... 그 아이는 어릴 적 나처럼 이 풍선이 ‘구름 속으로-’들어 갔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여기까지 날아오는 동안에 여러 사람들이 ‘하늘 높이 날아가는 노란 풍선’을 보았겠지... 먼저 발견한 아이는 야아- 하고 손가락질을 하고 엄마도 아빠도 올려다보았겠지... 그리고 그 중에 누구라도 말하지 않았을까?

 

“야- 나도 저 풍선에 매달려서 날아 보고 싶다-”

 

하하- 바람 빠진 노란풍선 하나를 주워 들고 잠시 어린 아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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