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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어줄 사람
IP : 118.44.11.53  글쓴이 : 김홍우   조회 : 5244   작성일 : 13-01-28 17:37:12 |

업어줄 사람

“...이제 오기만 하면 업어줄 꺼 라니까- 아니 정말이라니까요...”

빙판길 에서 넘어져서 골반 뼈가 상하였고 자녀들이 서울로 모시고 가서 중앙대 병원에서 수술하고 입원 중이신 할머니 집사님 (아래 글 '빙판길'의 주인공) 의 남편 되시는 집사님이 어제 주일 교회에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 동안 한 보름여를 혼자서 조석을 끓여 드시면서 지내시다보니 할머니 집사님이 더욱 생각이 나시는 것 같습니다. 불편해서일까요? 아니면 안쓰럽고 애틋한 마음이 일어서 일까요?

이미 여든을 훌쩍 넘기신 두 분은 ‘자주 다투는 것으로’ 소문이 자자하십니다. 크게 주먹을 쥐고 싸우시거나 하시는 것은 아니지만, 늘 소소한 문제들을 거론하시면서 서로 입씨름 하시면서 충분히 상처가 될 만한 말들임에도 서로 주고받기를 그치지 않습니다. 저를 비롯한 여러 성도들이 그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시라고 거듭 거듭 말씀을 드리지만 잘 고쳐지지를 않습니다.

그런데 어제 주일 예배를 드리러 오는 교회차 안에서 두런두런 혼잣말처럼 하시는 말씀 속에 상당한 후회와 그리움이 배어나옵니다.

“내가... 좀 성격이 급해서 잠깐 참지 못해서 그랬는데... 뭐... 다 내 잘못이지. 이제 퇴원해서 오면 잘 해 줄꺼야...”

그리고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점심을 함께 하는 중에도, 또 오후에 잠시 모이는 성경공부 시간에도 ‘오기만 하면 업어 줄 것’이라는 확약을 거듭하셨습니다. 집사님의 성격으로 보아 꼭 그렇게 하실 것이기에 함께 모여 있던 교회식구들은 환호하면서 박수를 쳤습니다. 한 보름 쯤 후에 퇴원을 하신다니 - 그때에 있어질 장면들을 미리 떠올려 보면서 웃게 됩니다.

60년을 함께 살아 온 부부... 평생을 옆에 두고 살아 온 사이... 그래서 일생의 동반자로 가장 소중하지만 - 또 그러기에 가장 소홀히 할 수도 있는 사람 ‘아내’이며 ‘남편’입니다. 일컫는 촌수조차 없다는 부부사이...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한 몸이십니까? 그런데 혹 마음은 ‘두 마음’이 아닌가요? 하긴, 하는 말로는 ‘한 몸’이라지만 현실은 각각을 두 사람으로 명백히 두개의 몸으로 나누어 놓고 있는 것처럼, 마음 역시 어떻게 호리라도 다름이 없는 한 마음이 되어 평생을 살아 갈 수 있겠습니까. 다투기도 하고 삐치기도 하고 미워하고 원망도 하면서 살아가게 되는데 크게 주먹을 휘두르며 싸우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한 일이지요.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의 주변에는 ‘업어줄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만일 많이 없다면- 그것도 참 쓸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이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모양을 떠날 수 없고 그래서 혼자 일 수 없고, 또 그러기에 혼자이어서도 안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겠지요. 어떤 사람은 한문의 사람 ‘인(人)’자를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있는 모양’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가깝고도 직접적인 사람, 지금 나에게 기대있고 또 내가 기대어 있는 사람- 그래서 둘이랄 수 없고 하나 된 사이 - 바로 아내이자 남편으로서의 부부입니다.

부부로 오래 살다 보면, “어이그, 이 웬수” 하는 소리도 나올 때가 있는가 봅니다. 허허. 아마도 맺어 질 때의 ‘신비함’과 그 두근거림은 모두 사라지고 ‘적나라한’ 현재만이 서로를 향하여서 채근하고 닦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또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 혼자 한 ‘고생’이 없고 나 혼자 한 ‘행복’이 없습니다. 가혹한 시달림이나 또 ‘속 썩였던 지난 장면들’을 지나오면서도 지금까지 인(人)자의 그것처럼 서로 기대어 있는 모양을 잃지 않고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불과 한 세대 전 영화관 풍경 속에는 - 영사기(映寫機)를 돌리다가 필름이 끊어져서 영화가 중단되곤 하던 모양들이 있었습니다. 관객들은 휘파람을 불며 야유하고 소란을 피우지만 영사 기술자는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가위질을 하고 필름을 이어 붙여서 다시 돌리곤 하였지요. “촤르르르..르르..” 관객들은 다시 조용하여지고 화면 속에서의 장면과 이야기는 이어져 갔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에는 아무도 그 ‘끊어졌던 영사시간’을 애써 기억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멋지고 아름다웠던 영화의 장면들만이 평생의 추억이 되었지요.

끊어지고 - 소란하고 - 가위질 하고 - 회복으로 이어지는 그러한 모양이 ‘부부의 일생’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한바탕’이랄 수 있는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난 후 서로의 주름진 얼굴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 푸-훗, 처음 만났을 적의 겸연쩍음에 미안함을 섞은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마주 잡고 무대를 내려오는 모습이라면 끝까지 행복을 지킨 모습이 분명합니다. 세상에서의 행복은, 비록 아프고 다치고 고단한 세월이 지나가는 동안 늘 내 곁에 있으면서 나의 기댐이 되어 진 이가 지금도 여전히 내 옆에 있다면 - 마땅히 그를 업어주는 것으로 완성되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땅히 업어주어야 할 사람이 옆에 있습니까? 다만 이제는 신비하지도 않고 예쁜 짓도 하지 않는데다가 이미 무게(!)도 상당하여져서 나의 마르고 가늘어진 두 다리가 벅차 할 것 같습니까? 내가 만들어 놓은 모습이라고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등을 내밀고 한 번 업혀 보라고 해 보십시오. 모든 행복함은 이루어 준 결론이 아니라 이루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마땅히 업어 주어야 할 사람, 또한 그래서 망설이지 말고 ‘지금 업어 주는 것’으로 나중에 후회 할 일을 만들어 놓지 않는 것은 물론, 가정의 화목과 행복을 더하시기 바랍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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