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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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그렇지 않아도 미끄러운 빙판 길에서 넘어지신 할머니 집사님이 한 분이 지금도 병원에 입원해 계신지가 한 달 째 되어 가는데 또 다른 할머니 집사님이 집근처에서 넘어지셔서 기독병원 응급실에 계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부랴부랴 아내와 함께 달려가 보니 할머니 집사님은 침대에 누워계시고 남편 집사님이 옆에서 앉아 계시다가 반겨주시는데 우선 볼 멘 말씀부터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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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길래- (침을 한 번 삼키시고) 내가 이른 아침에 길이 미끄러우니까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기어코 나가더니만- 그것도 굽 높은 신발을 신고 나가더니- 어이그, 내 말을 안 들어요, 안 들어, 그래서 이렇게 됐어요. 어이그, 잘 됐어 잘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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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넓적다리 쪽으로 뼈가 골절되었다고 합니다. 입원을 하고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 서류작성문제로 두 분이 의견이 달라서 조금 지체되고 있는데, 할머니 집사님은 이 곳에서, 남편 집사님은 서울에 올라가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서로의 고집을 거두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연락을 받고 지금 부지런히 서울에서 내려오고 있는 맏아들이 도착하는 대로 결정을 하시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할머니 집사님이 슬며시 제 손을 잡아당기더니 소곤소곤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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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저 영감 좀 집으로 데려다 주세요. 어찌나 야단을 치고 잔소리를 해대는지 정말 남들 창피해 죽겠어요. 이따가 가실 때 데리고 가시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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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중반 즈음으로 접어드는 지금까지 전국에서 약 2만3천명정도의 노인분들이 빙판길에서 넘어져서 골절 등 부상을 입었다는 통계가 있는데 예년 보다 훨씬 더 많은 수치라고 어떤 분이 말씀을 해주십니다. 당장 저희 교회 안에서도 병원 입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몇몇 분이 눈길 등에서 미끄러져서 집에 누워계시거나 다리를 절뚝거리시면서 다니시는 것을 보니 과연 눈도 일찍 오고 추위도 일찍 온 금년 겨울이 노인 분들에게는 ‘낙상수난시대’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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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어 눈이 오고 길이 얼어붙으면 나이 드신 분들은 ‘그저 꼼짝 말고 집에 계시라’고 너도 나도 말하고 동네에서 방송을 할 정도이지만, 막상 당사자 된 노인 분들께서는 “그렇다고 어떻게 꼼짝을 안하고 있어, 할 일이 있는데 - 늙은이들은 뭐 숨만 쉬고 있으면 되는 줄 알어?” 라고 이유 있는 항변들을 하십니다. 하긴 틀리지 않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또한 자녀들에게는 집안에 어르신이 낙상이라도 당하여 작은 부상이라도 당하면 큰일이고 염려가 되는 일인 동시에 시간도 들고 돈도 들면서 여간 분주하고 번거로운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닐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자녀 된 이들은 조심스럽게 저에게 말하곤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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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중 이 곳 산골 마을에서 햇볕 잘 드는 양지 가에, 또는 뜨듯한 노인회관 아랫목에 발을 넣고 소일차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꽃싸움’을 하곤 하시는 어르신들은- 자식은 늙은 부모에게 효도를 하여야 하고 늙은 부모는 자식에게 짐이 되지를 말아야 한다는 말씀들을 하시곤 합니다. 이러한 대화 속에는 ‘그러니까 우리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말자’라는 서로를 향한 일깨움의 의미가 암암리에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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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는 다른 계절은 다 좋은데 겨울이 너무 춥고 길어요...” 외지에서 이 곳 강원도 산골마을로 들어오신 분들의 대부분이 겨울을 지내면서 하시는 말씀들인데 거기에는 강원도 산골짜기 입도(入道) 11년차인 저의 아내도 끼어 있습니다. 이제 어지간히 단련도 숙련도 됐으련만...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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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나이가 들면 뼈가 석회질로 바뀌어 가면서 약하여져서 조그마한 충격에도 잘 부러지고 부수어진다고 하지요. 그래서 강원도 뿐 아니라 어디에서든지 겨울철이면 바깥출입을 삼가고 조심하라는 말들을 많이 하고 또 듣게 됩니다. 그러나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이 날마다 여전히 ‘아교질 뼈’인 아이들에게는 눈 덮인 산골짜기는 그야말로 ‘눈 덮인 동화나라’입니다. 비료포대를 깔고 앉아 신나게 눈썰매를 타고 저 만큼 눈 속에서 쩔쩔매는 고라니를 볼 수 있으며 새끼들과 함께 금방 지나간 멧돼지가족의 발자국을 찾아내곤 조금은 무섭기도 하지만 두근대는 마음과 기대하는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실제상황의 재미가 (꿀꺽!) 확실히 남다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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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집사님은 자녀들이 와서 그날 밤으로 서울로 이송(?)되고 ‘야단치고 잔소리하는 영감집사님’은 지금 혼자 집에 계십니다. 뭣 좀 드시기라도 하셨는지 가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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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