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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진 번데기 깡통...
IP : 118.44.11.73  글쓴이 : 김홍우   조회 : 5550   작성일 : 12-03-31 11:43:56 |

찌그러진 번데기 깡통...

한쪽이 심하게 찌그러진 번데기 통조림 깡통이 쇼핑카트에 담겨져 있는 것을 발견한 저희 아이가 의아해 하며 말합니다.

“아빠, 왜 찌그러진 걸 담았어요?”

“음.. 좀 불쌍하잖아... 아무도 안 가져 갈테고...”

뻔-뻔-!! 하면서 골목을 누비던 번데기 장수에 대한 추억 때문이겠지요. 저는 가족들과 마트에 갈 때면 가끔씩 번데기 통조림을 집어 담을 때가 있습니다. 엊그제도 아내와 아이들과 마트에 갔다가 번데기 깡통들이 좍- 도열되어있는 코너에 가서 그 중에 한 개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있는 것을 보니 옆구리가 심하게 찌그러진 것이 있군요. 그래서 그것으로 바꾸어 담았습니다. 어쩐지 좀 안쓰럽고 가엾게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가 제대로 된 예쁜 모양들을 서로 뽐내며 힘껏 가슴을 내밀고 주인 될 이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 녀석은 보이지 않는 뒷줄에 숨어서 자신의 찌그러진 모양을 숨기고 있군요. 사람들은 생명이 없는 통조림깡통일 뿐이라고 말들 하지만, 혹시 무슨 만화영화처럼 저녁이 되어 마트의 셔터가 내려지고 매장에 사람들이 하나도 없을 때 그 깡통들이 진열대에서 내려와서 서로 말하며 놀기도 하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제 나이 쉰여덟이 맞는지?)허허

암 그럴 것이다 라고 생각을 하여 보면, 이 찌그러진 깡통은 분명히 놀림을 받았을 것입니다. 따돌려지고 같이 놀아주지 않음으로 왕따를 당하고 있었던 것은 않을까요. “넌 못 생겼어!” “넌 아무도 데려가지 않을꺼야.” “반품되어 공장으로 돌아가서 부숴져 버릴꺼야.” 하는 놀림의 말들을 듣고 있었기에 감히 앞줄에 나와 있지 못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뒤편에 서서 자신의 ‘남다른 몰골’을 원망하며 기죽어 있었다면 - 그를 선택한 저의 손길은 구세주의 그것이 될 것입니다.

그러한 그가 이렇듯 태어난 목적대로 당당하게 소비자의 손에 택함을 받고 진열대에서 내려지는 순간 이 찌그러진 번데기 깡통은 환한 얼굴 자랑스러운 표정이 되어 여전히 진열대에 서있는 친구들을 돌아보았을 것입니다.

“안녕, 친구들 나 먼저 갈게.”

유치한 동화를 쓴 것 같습니다만, 가만히 우리들의 사는 모습들 속을 살펴보자면 이렇듯 찌그러진 모습으로 인하여 차별을 받고, 그래서 더욱 힘들고 고단한 모습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외형’을 보고 외면하고 손길도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마치 찌그러진 번데기 깡통을 선택하지 아니하는 손길들과 같습니다. 그 깡통 속의 내용은 다를 것도 모자랄 것도 남다를 것도 없는데 말이지요.

찌그러진 번데기 깡통을 바라보면서 언젠가 기사화되었던 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한 장애 아이를 아침마다 업어다가 교실에 앉혀 놓는 엄마가 있었습니다.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장애가 없는 아이들 속에서 함께 지내면서 맑고 밝게 자라기를 소원하였습니다. 그래서 날마다 엄마의 등에 업혀서 등교하는 아이는 지체가 부자유하였고 지능도 약간 부족하였지만 그러한 그를 도와주는 친구들도 있어서 좋은 날들을 지내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엄마들’이었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의 몇몇 엄마들은 장애 아이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는 진정을 넣고 관철되지 않으면 자신의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전학을 시키겠다고 학교 측에 압력을 넣었던 것입니다. 아이 한 명이 소중한 시골학교는 이 일로 곤혹스러운 입장이 되었다고 하는 기사였습니다. 단지 몇 줄 기사만으로는 그에 얽힌 속사정들을 다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 보여 지는 기사만으로도 많은 이들로 하여금 쯧쯧 혀를 차며 깊은 한숨을 쉬게 하였습니다.

사고로... 질병으로... 정상인의 모양을 잃거나 갖지 못하고 - 그래서 남들에게 놀림 받고 소외 받는 ‘찌그러진 모습’이 되어 슬픔과 고단함의 날들을 지내고 있는 사람들과 가족들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러한 이들의 처진 어깨를 감싸 안아 주고 기죽은 시선과 손길을 붙잡아 주어야 할 것입니다.

“넌 왜 찌그러졌니?”

번데기 깡통을 따면서 물어 보지만 역시 묵묵부답이네요. 하긴, 굳이 이유를 물을 것도 없겠지요. 내 앞에 보여 지는 그대로의 모습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품어 줄줄 아는 사람이 ‘따듯한 사람’이며 복 받을 사람입니다.

뻔-뻔-!! 하고 외치던 소리를 듣고 우르르 좇아갔던 때가 벌써 반세기 즈음에 이르고 있으니 길다면 긴 그 세월을 지나는 동안에도 크게 찌그러지지 않은 내 몸뚱이를 볼 때마다 감사하지만, 그래서 더욱 애잔함으로 생각나는 것은 함께 뛰지 못하고 일찍 스러져간 어떤 친구입니다.

늘 건강들하시고 가끔은 진열대 위에 찌그러진 것들에게도 손길 좀 주세요.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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