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세원 목사님에게
먼저, 목사님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사람이 들어 설 수 있는 가장 멋진 길로 들어서신 것입니다. 인기연예인, 영화제작자, 사업가로서 겪었던 세상 영욕(榮辱)의 모든 경험들을 이제는 멋진 목회의 꽃으로 피워보시기 바랍니다. 작금에 이르기까지 마음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지난날들 속에서 웃고 울었던 모든 일들이 목회를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사실 주의 종 된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자랑스러워하거나 미련을 둘 일이 없고 또 부끄러워하거나 묻어 둘 일이 없습니다.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주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이제 사모가 되신 아내 서정희 씨의 인터뷰 기사 중에 아주 정확하게 그리스도인들과 목회자들이 가져야 하는 모습을 짚어낸 말이 있더군요. 바로 “중요한 건 내면의 정결함이고, 집에서나 나와서나 교회에서나 똑같은 사람이면 더없이 좋겠다.”는 말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한 결 같은 그리스도인의 모습, 바로 우리 성도된 모든 이들 갖추어야 할 모습이며 덕목입니다. 교회의 목사에 국한 되지 마시고 ‘가정의 목사’ ‘사회의 목사’ ‘세상 음지의 목사’가 되시기 바랍니다.
여러 가지 직함으로 많은 것을 좇아 보셨으니 그 모든 것의 허무함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이제는 허상이 아니라 실체를 좇는 귀한 목사님이 되시기 바랍니다. 세상의 비아냥과 냉소와 억측에도 넉넉한 미소로 응답하십시오. “복을 받되 핍박을 겸하여 받으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늘 기억하십시오. 목사의 길은 복 된 길이지만 결코 평탄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서목사님이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것들 보다도 더더욱 힘들고 지치게 하는 일들이 저마다 손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날마다의 말씀 묵상과 간절한 기도가 아니고는 물리쳐지지 않는 것들입니다.
제가 이 곳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성도 수 30명 정도의 작은 교회를 담임하고 있어서 그런지 교회의 크기보다는 힘든 이웃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작은 교회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목사님과 사모님의 말씀에 박수를 보냅니다. 큰 교회가 되든지 작은 교회이든지 목회자가 애쓸 일이 아닙니다. 정하신 교회이름 ‘Sola Gratia’처럼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되는 것이지요. 크든 작든 하나님 앞에 ‘건강한 교회’를 이끌게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건강한 목회자는 큰 교회를 부러워하지도, 작은 교회를 부끄러워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목회자가 부끄러워 할 것은 사모님의 언급처럼 ‘언제 어디서나 똑 같은 모습의 목사님’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서입니다. ‘한결 같은 목회자’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진주 빛으로 펼쳐지게 됩니다. 노아에게 무지개를 펼쳐 약속을 하시면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신 것을 기억하십시오. 오직 욥과 같이 ‘정직과 순전’으로 하나님의 자랑이 되시기 바랍니다.
저와 비슷한 연배이시니 더욱 친근감이 듭니다. 저도 조금은 늦은 나이에 신학을 공부하여 목사가 된지 이제 17년차입니다. 일찍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감지는 하였지만 어쩐지 ‘너무나도 재미없을 것 같은 목사’가 되고 싶지 않아서 이리 저리 맴돌기를 10여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하나님이 정하여 부르시는 사람에게 다른 길은 없습니다. 40년 광야 생활처럼 (30년을 감하여 주심을 감사)고생을 하다가 결국에는 두 손을 들었습니다.
아-!! 그 순간부터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가 저에게 더욱 부어졌습니다. 사도 바울처럼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진 것이겠지요. 광야는 끝이 나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펼쳐졌습니다. 그때의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없어도 기뻐하게 되고 고단해도 즐거웠습니다. 사모님의 말씀처럼 ‘내면의 정결함’ 쪽으로 가닥을 잡자 이를 기뻐하시는 하나님께서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체험시켜주셨습니다. 자신을 지켜내야 한다는 한 가지 전제의 충족으로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목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또한 어려움이 모두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도 속 썩이는 일곱족속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싸워야 했지만 물리쳐 주시는 것은 하나님의 손입니다. 모세가 홍해 앞에서 떨고 있는 백성들에게 한 말 ‘두려워 말고 잠잠히 있어 하나님이 어떻게 하시는지 보라’ 를 체험하게 됩니다. 믿음이 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염려하고 근심하지 않으며 그리고 세상을 향하여 발버둥 치는 것으로 추해지지 않습니다. 흔들리지 아니하는 ‘Sola Fide'의 사람을 하나님은 기뻐하십니다.
목회 17년에 깨달은 것 또 한 가지는 ‘목사는 강단 아래서 말이 많을 때 추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만 줄입니다.
서세원 목사님, 서정희 사모님. ‘솔라그라티아 교회’와 두 분의 앞길에 놓여지는 풍성한 은혜로 오히려 눈물짓는 감격의 날들이 펼쳐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2-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