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힐 듯 파란 하늘
왜 똑 같은 하늘인데 저렇듯 달라 보이는 것일까요? 가을로 접어들면서 정말 하늘이 더 높아 진 것 같습니다. 저 멀리 그리고 높이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거기를 가로지르며 천천히 떠가는 하얀 뭉게구름들 - 그리고 그 아래 보이는 높고 낮은 산봉우리들 - 또 저 만큼 만발한 코스모스들과 그 옆에 막 피어나는 구절초... 참으로 멋진 풍경입니다. 마음이 시원하여지는 이러한 풍경들을 얼마든지 마음껏 바라보아도 관람료를 달라는 사람이 없으니 또한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영화나 서커스 또는 이런 저런 공연들을 보면서 기꺼이 비싼 관람료를 치르지만 그렇듯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이나 사람들의 재주로는 감히 흉내 낼 수 없기에 또한 비교할 수 없는 이러한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날마다 무료라는 것에 대하여서 하나님께 미안합니다. 일출과 일몰 중에 펼쳐지는 장엄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들과 때를 맞추어 푸른 옷, 색동 옷, 새하얀 모시옷으로 갈아입는 산천초목들과 그 속에서 늘 노래하는 새들과 풀벌레들의 합창소리는 돈으로 사고 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세계의 자연 풍광’ 일주를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그랜드 캐니언, 나이아가라 폭포, 사하라 사막, 남북극의 빙산들과 끝없이 펼쳐진 설원들을 보고 싶습니다. 또 아프리카 평원에서 뛰노는 동물들이나 알프스의 설봉들 사이를 걸어보고 싶습니다. 히말라야를 바라보며 두 팔을 벌려 보고 싶고 빅토리아 폭포 가운데서 심호흡을 해보고 싶습니다. 만리장성이라든가 에펠탑, 피라미드, 파르테논 등을 구경하는 것도 좋겠지만 역시 사람이 만든 것 보다는 하나님이 직접 만들어 놓으신 만물들의 기묘함과 장엄함으로서의 신적 위엄에 도취되고 싶습니다.
하긴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멋진 자연풍광이 있습니다. 중학생 시절 우뚝 솟은 인수봉을 처음 올려다보았을 때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고 설악산 울산바위의 장엄함 역시 그렇습니다. 비록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지만 권금성에서 발아래 넓게 펼쳐진 대지를 잊을 수 없으며 저 만큼에서 바라 본 제주도 일출봉과 또 단양 고수동굴 속의 아름다운 종유석들의 향연 그리고 주왕산의 바위 계곡 사이를 더듬어 올라가던 일이 멋진 추억이 되었습니다. 외국의 자연명소들에 비하여서 스케일은 작지만 하나님의 솜씨는 조밀한 것으로도 최고의 아름다움을 창조하셨습니다.
그런데 사실 가장 아름다운 자연 모습은 역시 ‘하늘’입니다. 끝없이 넓고 높은 파란 하늘은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신비하고 아름답지만 거기에 더하여 날마다 시간마다 그려지는 그림들을 보십시오. 일출과 일몰의 장엄함, 흰 구름의 한가함, 무지개의 찬란함, 먹장구름의 두려움 그리고 진주들을 흩뿌려 놓은 것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보십시오. 그래서 하늘은 하나님의 캔버스가 분명합니다.
그 가운데서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은혜의 자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그 곳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는 은혜로 둘려 쌓인 가운데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로 날마다 감사하고 찬양하여야 할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무 것도 보지 못합니다. 불평과 불만이 가득하여 은혜의 자리를 고통의 자리로 만들어 버리고 날마다 화난 얼굴로 살아갑니다.
성경은 “자연만물 가운데서 하나님은 발견되어진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이에게가 아니라 ‘믿음의 눈’을 가지고 ‘찬양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입니다. 당연히 그러한 이들의 삶은 기쁨으로 장식되어 집니다. ‘눈을 뜬’ 삶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만물들을 함께 보고 만지고 누리며 살아가지만 여전히 ‘장님 된’ 사람이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볼 수 있는 눈, 들을 수 있는 귀, 깨닫는 마음은 모두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바로 믿음을 선물로 받은 이들에게 펼쳐지는 날마다의 또 다른 선물들이지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라고 어떤 가수는 노래했습니다. 우리들의 마음도 그러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공간으로든 마음으로든 빡빡하고 답답한 사람들의 도시와 일상을 떠나서 야아-아아아- 하고 얼마든지 목청껏 소리를 질러도 파란 하늘과 푸르른 산과 들의 싱그러움이 여전한 - 그러한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무엇을 먹고 사느냐고요? 우리들의 생명은 참새보다 귀하고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들어가는 들꽃들 보다 귀한 존재라고 말씀하신 이는 예수님입니다. 그래도 염려와 걱정을 버리지 못한다고 한다면 - 그냥 그렇게 매여 평생을 살아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게 되지 마십시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