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냇물이 살아야 큰 강이 살듯, 작은 교회가 살아야 한국 교회도 건강해집니다."
지난 21일
서울 천호동 동선교회. 전국에서 온 목사 부부 300여명이 강사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이 교회 박재열(62) 담임목사가 10년째 이끌고 있는 '작은 교회 살리기 운동'에 참여한 목회자들이다. 이날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열리는 '목회사관 훈련'.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설교나 새 교인 양육, 복지·자선 활동 등에 관해 실제 목회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노하우를 전문가로부터 배운다. "믿지 않는 사람들의 눈에 '아, 저 사람은 정말 예수 믿는 사람 같다'고 보여야 합니다. 신앙적으로 신실해야 하는 것은 물론, 윤리적으로도 존경받아야 합니다." 이날 한국도농선교회 본부장 최원수 장로가 강연하는 동안 목사들은 때론 "아멘"을 외치며, 때론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메모를 했다.
박 목사는 "교회 개척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에, 목회자들에게 '교회 부흥 안 될 수 없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1982년 9월 가족 6명이 모인 첫 예배로 동선교회('동쪽의 구원선'이라는 뜻)를 시작해 현재 출석 교인 2000명 규모로 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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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교회 살리기 운동’을 벌이는 서울 천호동 동선교회 박재열 목사. /이태훈 기자
예수교 장로회 대신총회장이기도 한 박 목사는 "처음 사례금(월급)을 받을 때부터 한두 곳씩 작은 교회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2002년부터는 교회 15곳을 지원하며 본격적으로 목회사관 훈련도 실시했다"고 했다. 10년째인 올해는 꼭 10배인 150개 교회에 매달 전도용 물품과 현금으로 각각 30만~40만원 상당을 지원하고 있다. 한 달에 4000만~5000만원, 1년이면 5억~6억원이 든다. 이렇게 지원해온 교회 숫자가 올해로 총 900곳째다. 동선교회가 지원하고 후원금을 받아도 모자라 박 목사는 퇴직금을 가불해 작은 교회 살리기에 털어넣고 있다.
매년 초 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년간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작은 교회 목사 부부들은 '목회사관 훈련' 서약을 해야 한다. "성인 100명이 출석할 때까지 휴일·명절·휴가 없이 전도한다" "매주 이틀 이상 교회당에서 밤새 기도한다" "주 5일 이상, 매일 4시간 이상 전도한다" 등 9개 항목을 서약한 뒤 매달 점검해 보고한다. 그 결과는 지원 금액에 그대로 반영된다. 박 목사는 특히 "이미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딴 교회로 옮기는 '수평 이동'보다 믿지 않는 사람을 전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성과는 적지 않다. 지원 교회의 60~70%가 연간 두 배 이상 성장한다. 네댓 교회를 묶어 목사 부부들이 함께 전도하게 하는 '작은 교회 네트워크'를 시작한 뒤로는 30% 선이던 중도 탈락 교회가 절반 정도로 줄었다. 박 목사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에게 '삯꾼이 되지 말라'는 말씀대로 돈 받고 자기 할 일만 할 생각이라면 목회 그만두라"고 호통을 친다. "영혼을 구원하는 사역인데 최소한 보험회사 영업사원보다는 더 뜨거운 각오와 열정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교회가 너무 많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하자 박 목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단체라면 맞는 말이지만, 교회는 영리단체가 아니라 영혼의 구원선"이라고 했다. "영혼 구원과 구제 활동이라는 자기 역할을 게을리해 '유람선'이 돼버리면 욕을 먹어야겠죠. 하지만 바다에 수천 수만명이 빠져 죽어간다면, 튼튼하고 건강한 구조선은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