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惡女) 떡볶이
엊그제 시내를 나갔었는데 자주 다니던 익숙한 거리 도로변에 “악녀 떡볶이”라는 스낵점이 새로 개업을 하였군요. 새로 만들어서 입구 위에 놓은 깨끗한 간판에는 ‘악녀 떡볶이’라는 상호와 함께 약간은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여자아이 캐릭터가 그려져 있습니다. “악녀 떡볶이”라... 물론 악녀(惡女)를 말하는 것인데 그 간판을 바라보면서 왜 선녀(善女) 혹은 천사(天使)가 아니고 하필 악녀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도 ‘매운 맛’을 강조하는 이름이 아닐까 합니다만- 아무튼 ‘악녀’라는 이름을 저렇듯 노골적으로 사용한 간판은 처음 봅니다.
‘꼴통마트’도 보았고 ‘놀부식당’ 또는 ‘놀부상점’이라는 이름은 벌써 여럿이 있으며 심지어는 ‘못돼먹은-00식당’도 보았습니다. 그 모두가 착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이름들인데 과연 저런 이름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입니다. 쯧- 하긴 그 주인들로서야 장사를 시작하는 것이 가벼운 아이들 장난 같은 일이 될 수는 없는데... 얼마나 심사숙고하여 지어 붙인 이름들이겠느냐 마는- 그렇다 하더라도 의아함은 여전합니다. 일전에 어떤 글에 보니까 상점 간판은 ‘심리전’에 입각한 이름을 지어 올려야 한다고 하였는데, 과연 그러한 것으로서의 일환인지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 곳곳마다에 있는 놀이공원들을 가보면 대부분이 “유령의 집”과 같은 공포체험 놀이(?)시설들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천사의 집”과 같은 착한 체험이나 사랑 체험 같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설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누구나 무서운 것을 보면 놀라 기겁을 하고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가리고 울며 도망을 치곤하는데 왜 그러한 ‘무서운-’시설들이 당당한 ‘유료입장’으로서 인기를 끌며 ‘놀이’의 한 모양으로 우리 사회 속에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일까요...
서울 월드컵으로부터 시작된 축구응원단 ‘붉은 악마’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붉은 옷에 악마의 뿔과 화살꼬리를 한 복장을 하고 삼지창을 들고 관중석에 앉아서 소리치며 웃고 즐기는 모습은 이미 우리 사회속의 축구문화로 자리매김을 하였습니다. 이에 ‘붉은 악마’라는 이름에 반기를 들고 그 붉은 물결을 막아내고 또 바꾸어보려는 몇몇 사회기관들과 종교계 등에서 기꺼이 땀 흘리고 돈들이면서 애쓰고 수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물리치지도 바꾸지도 못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시들하여진 모양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무슨 큰 축구경기가 있으면 틀림없이 부활하여 거리와 경기장을 온통 붉은 색깔로 물들여 놓을 것은 자명합니다.
“뭐 한낱 이름에 불과 한 것인데 뭘 그래...”
라고들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말들은 하지만, 그렇듯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라면 왜 더욱 평소에 교육 받고 지향하던 착한 이름, 예쁜 이름, 훈훈한 이름들을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참으로 이상하지 않습니까? 우리 사회의 모든 교육과정에서는 물론, 세상의 모든 교육 과정에서도 노골적으로 악마, 귀신, 마귀의 모양이나 이름을 미화하여 사람들의 머릿속과 마음속에 주입하여 넣으려는 시도나 모양은 없습니다. 그것은 ‘나쁜 것’들의 대명사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좋은 것’ 즉 ‘천사 같은 사람이 되라’고 하는 권면과 교훈과 격언과 잠언과 교육과 ‘천사1004운동’과 같이 불우한 이웃들을 향한 ‘착한 마음’들을 가질 것을 종용하는 교육을 우리는 늘 우리 자녀들에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웬 ‘놀부식당’이며 ‘악녀 떡볶이’이며 ‘못돼먹은 상점’이며 ‘유령의 집’이며 ‘꼴통마트’에다가 ‘붉은 악마’이고 거기에 박수치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은 무슨 역설이며 이율배반이라는 말입니까... 사람들의 내심에는 어떤 보이지 않는 실체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휙- 하는 한순간에 천사에서 악마로 돌변할 수 있는 작정들을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계획하며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에 지방의 어느 중고등학교에서 ‘귀신축제’를 기획하고 있고 이것을 발전시켜 자기 마을을 전국에 알리고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명품축제로 만들겠다고 학교 교실 안에서 장식으로 쓸 각종 귀신들의 형상들을 그리고 만들고 하며 자신들도 얼굴에 기괴하고 무서운 분장들을 하고는 저마다 서로 마주보며 ‘귀신들의 웃음’을 지어보이는 모습들이 TV 뉴스 시간에 비추어졌습니다. 서양의 귀신놀음 풍속 ‘할로윈 데이’에서 힌트를 얻고 모방하는 것이겠고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귀신놀음은 더욱 계속 되겠지만, 분명한 것은 ‘천사 축제’ 같은 것이 어떤 사회 공동체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질 가능성은 거의 아니 전혀 없다는 것에 표를 던져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악(惡)과 악마(惡魔)’의 이름들이 저렇듯 사방대로의 간판들로 버젓이 올려지는 모양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우리의 아이들은 ‘욕’을 빼놓고는 대화하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고 합니다. TV 등 공영매체 속의 언어들도 날마다 험하고 상스러워지고 있습니다. 특정 단어와 그 음절 사이에 삐- 소리를 넣어서 지우는 모습은 얼마나 우스꽝스럽습니까- 그저 뻔한 “눈 가리고 아웅”하는 모양이고 거기에 무슨 말이 있었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 그래서 지금은 더욱 긴장하고 깨달아야 할 때이며 나와 내 가족과 사랑하는 이름들과 모든 어리석음으로 치닫는 생명들을 위하여 더욱 기도하여야 할 때입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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