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지옥풍경
지옥의 풍경... 일찍이 단테의 신곡으로부터 시작하여 많은 이들이 지옥의 풍경을 상상하고 글을 짓고 또 그림으로 그려왔습니다. 이제는 옛날이 된 영화들 중에- 특히 한국, 중국 영화들 중에 ‘지옥’을 다룬 것이 많이 있었고 거기에서 보여주는 풍경들은 끔찍하였습니다.
1970년대 초반 즈음이었던가... ‘목련구모’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아마도 한중합작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 ‘목련’이 지옥으로 내려가서 그곳에서 고통 받고 있는 어머니를 구한다는 설정이었는데 거기에서 지옥의 끔찍한 풍경들이 나왔습니다. 불구덩이 속에서 몸부림치는 모양들은 기본이고 시뻘겋게 달구어진 철기둥을 끌어안은 것처럼 묶여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람, 도깨비들이 사람의 혀를 길게 뽑아내고 있는 장면 등이었습니다.
서양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도 정말 지옥 같은 전쟁터 속의 광기어린 모습들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디어 헌터’에 나오는 장면으로- 돈내기 도박을 하는 게임의 방법으로 아무런 죄 없는 사람을 끌어다가 머리에 총을 겨누는 소위 ‘러시안룰렛’의 모양들은 사람이 어떻게 지옥을 경험할 수 있고 또 만들어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목할 것은 그 모든 일들이 ‘사람들의 잔혹함’으로 생겨나는 일들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일컬으면서 다른 동물들과의 비교자체를 진저리치는 사람들이지만, 과연 ‘짐승만도 못한 인간-’ 이 되어 망령의 늪으로 나뒹굴게 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는 것 또한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사람이 악마로 돌변하는 일은 그야말로 한 순간이어서 손등을 손바닥으로 뒤집는 것과도 같습니다. 상기한 장면처럼 무슨 큰 야망을 이루거나 또 크게 돈 버는 일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저 ‘장난삼아-’ 사람의 생명을 빼앗기를 서슴지 않는 모습은- 단순히 영화 속의 장면들이라고만 치부하며 한 쪽으로 치워 놓을 수 없는 일이라는 불안한 사실이 자꾸만 스멀스멀 아닌 듯 시나브로 다가오는 것으로 우리들의 현재가 될지 모르는 것이기에 깊은 한숨을 쉬게 합니다.
‘쉰들러리스트’에서는 유태인들을 벌거벗겨 몰아넣은 아우슈비츠 가스실에 가스를 넣어놓고는 작은 구멍으로 들여다보던 한 독일인이 “마치 단테의 지옥 편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질린 얼굴로 한 발 물러서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가스실 안쪽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벌거벗은 채로 서로 뒤엉키어 고통 중에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만 하는 것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같은 영화에서 수용소 소장은 언덕 위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조준경이 달린 저격용 총을 겨누어 무작위로 유태인들을 골라 방아쇠를 당겨 쏘아 죽이는 일을 일종의 ‘오락’으로 즐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러한 모양들이 그저 영화 속의 한 장면들로 끝나는 것이라면 좋을 것이겠습니다만, 지금 그와 비슷한 일, 아니 꼭 같은 일이 시리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입니다.
(런던=연합뉴스) 김태한 특파원 = 내전이 계속되는 시리아에서 정부군 저격수가 임신부의 태아까지 표적으로 삼는다는 폭로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내용은 시리아 내전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한 의료진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고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신문은 머리에 총알이 박힌 태아의 엑스선 사진도 인권단체 시리아릴리프로부터 입수했다며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시리아에서 5주간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온 영국인 의사 데이비드 놋은 정부군 저격수들의 의도적인 공격으로 내전 지역에서 무고한 희생자가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리아 정부군 저격수들이 담배 등을 걸고 위험지역의 주민을 대상으로 신체 특정 부위만 맞추는 '저격놀이'를 즐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런던 첼시웨스트민스터 병원 외과의사 놋은 "어떤 날은 하복부 피격 환자만 몰렸고, 다른 날은 왼쪽 가슴에 총상을 입은 환자만 몰리는 식이었다"며 "저격수들이 담배 내기를 위해 공격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총상을 입은 임신부만 여러 명 치료한 날도 있었으며, 다른 날 치료한 만삭의 여성 2명은 병원에 도착했을 때 태아가 숨진 상태였다고 밝혔다.....
시리아에서 이마에 파편이 박힌 여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난 걸까요. 신혜진 기자입니다. / 뱃속에서 핏덩이 여자 아기를 꺼냅니다. 아기 왼쪽 눈썹 위에 무언가 박혀 있습니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에 반으로 휘어진 파편입니다. 태어나자마자 쇠붙이를 달고 나온 아이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시리아 알레포에서 만삭의 산모가 전투기 미사일 공격으로 얼굴과 배에 파편을 맞고 급히 병원에 실려 왔습니다.
의료진들은 산모에게 제왕절개 수술을 했는데, 파편이 배를 뚫고 들어가 아기 이마에 박힌 것입니다. 핀셋으로 파편을 제거한 뒤 아기는 엄마 품에 무사히 안겼습니다. / 시리아에선 5년째 극심한 내전이 이어지면서 어린 아이까지 고통 받고 있습니다. '시리아 난민' 쿠르디 형제는 내전을 피해 그리스로 가려다 해안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지난해 7월엔 잇단 공습에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에서 2개월 된 아기가 16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끝) 불과 얼마 전에 세 살짜리 난민 어린아이의 죽은 시체가 바닷가에 밀려와 있었던 것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과연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옥의 풍경은- 스스로 악마가 되어버리기를 서슴지 않은 자들에 의해 연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듯 지옥이 되어 버린 시리아- 과연 빠져 나올 만하고 또 필히 빠져나와야 합니다. 저희 끼리 시시덕거리면서 담배내기 오락거리로 사람들에게 총을 쏘아대는 미친 도깨비 같은 자들이 총질을 해대고 있는 곳이 바로 지옥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싸워 죽이기를 거듭하는 내전이 계속되고 그 지옥을 빠져나온 수십만 난민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쪽배를 이용하여 바다 건너 유럽으로 건너오는 일이 지금 국제문제가 되었습니다.
자국의 형편과 사정에 따라 이러한 ‘시리아 난민수용’에는 어렵고 힘든 일들과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많이 있겠지만, 그러나 ‘온 천하보다도 귀한 것은 한 생명’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같은 나라들은 우선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내심 안도하며 표정관리들을 하고는 있지만- 언제까지나 ‘우리와는 멀리 떨어진 곳의 일’이 될 수만은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러한 난민들을 위한 지원과 대책을 세우고 적극 도와야 합니다. 그것이 세상을 향한 ‘지옥의 전염’을 막아내는 일이며 지금 당장은 ‘그곳’의 일이지만 내일 아침에는 ‘이곳’의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5-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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