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우리나라 춘천에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어린이완구 생산업체 ‘레고’에서 ‘레고랜드’를 세우는 계획을 가지고 넓은 부지를 매입하여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그 곳에서 토목공사를 하던 중 중요한 문화 유적지가 발견되어서 개설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도 들었습니다. 위락(慰樂)시설 마련과 유적(遺蹟)지 보호와 보존... 양쪽 모두 중요하지요. 현재를 세울 것이냐 과거를 보존할 것이냐- 또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는 없는 것인지 과연 지혜가 필요한 때이기에 춘천시의 이에 관련된 이들이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저는 ‘레고’를 가지고 놀았던 세대는 아닙니다. 저희 세대의 어린 시절에는 그저 검정고무신 한쪽을 다른 한 쪽에 불룩하게 구겨 넣고 ‘부릉-부릉-’ 자동차 놀이를 하거나 구슬치기 딱지치기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성년이 되고 군복무를 마칠 때 즈음이던가- 주변 아이들이 매우 조잡한 ‘조립완구’를 가지고 노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레고를 흉내 낸 ‘짝퉁 레고’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어느 시점에 본격적으로 ‘정통 레고’의 수입 시대가 열렸고 저도 그것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조립을 하여 보면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본 기억이 있습니다.
벌써 오래 전에 외지(外紙)에- 레고 수 십 만개를 이용하여 거대한 성(城) 모양을 만들어 놓거나 사람 키보다 큰 공룡들의 모형을 만들어 놓은 것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아마도 ‘레고랜드’의 소개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레고가 우리나라에 본격 상륙을 하면서 광화문 어디에서였던가 ‘남대문’을 집채만큼 크게 만들어서 전시를 하기도 했는데 선전용이었겠지요. 그 역시 수 만 혹은 수십 만 개의 부품의 연결 조립으로서의 집대성이었습니다.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 되는 레고 조각들이 모여서 서로 연결 되어 아름다운 조화의 완성을 이루는 것에 벌어진 입을 닫지 못하고 연신 감탄을 연발 하였던 생각이 납니다.
그러한 ‘조각들의 결속과 완성’을 보면서 그렇구나 하고 사람들의 사는 모양들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오늘 날, 어릴 적부터 들어온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무색케 하는 제 각각의 모양으로 개인과 파벌의 이익만을 위해 치닫기를 거듭하는 이들의 모습은 사회 공동체의 질서에 파괴적 위협을 가하고 공공안녕의 기초를 무너뜨려 버립니다. 그러한 모습 속에는 내가 ‘머리’가 되려하고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결코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욕구와 심리가 협력의 모양이 아닌 배타적 이기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나를 조금이라도 힘들게 하거나 불편케 하는 것은 작은 모양이라도 물리치고 용납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가 나의 힘든 것과 불편한 것의 최소치만이라도 감당해 낼 줄 모른다면 나와 우리 사회가 공히 누려야 하는 모든 삶과 생활의 안녕을 이루어 낼 수 없습니다. 가정과 학교와 사업 및 교회의 운영도 이와 마찬가지이기에 우리는 그 곳의 ‘한 부분’을 기꺼이 자리하고 또한 잘 감당해 내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찾는 자리’ 보다 ‘내게 맡겨진 자리’에서의 ‘주어진 역할’입니다. 그것이 비록 한 쪽 구석의 작은 부분이라도 ‘전체를 이루는 한 부분’이라는 마음으로 기쁘게 감당을 한다면 ‘우리들의 아름다운 완성’은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면 남대문을 형성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과 부속은 무엇일까요? 그 가장 꼭대기 중심에서 화려하게 조명을 받고 있는 ‘숭례문’이라고 쓰여 진 현판일까요? 우리는 늘 어디에서든 가장 중요한 것은 형성의 기초를 이루는 한 개의 돌 또는 기꺼이 자기 위에 커다란 기둥의 세워짐을 감내하고 있는 주춧돌 한 개라고 배워왔습니다. 누구나 현판이 되기를 원하지만 현판은 지금 떼어 내어도 아무런 무너짐이 없습니다. 그러나 기초석과 주춧돌은 그 작은 이동이라도 전체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 사회에, 어느 조직이나 공동체라도 현판 같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기초석이나 주춧돌 같은 사람은 더욱 필요합니다.
우리는 하나님 손에 들린 부속이며 도구이고 ‘레고’입니다. 세상이라는 어느 한 부분과 한 시점에 하나님의 뜻에 따라서 ‘끼워 넣어지고’ ‘맞추어 끼워진 것’입니다. 모든 ‘완성’은 하나님이 하십니다. 우리의 임무와 사명은 ‘맡겨진 자리’를 잘 감당하는 것이며 거기에서 모든 공로와 상급이 비롯됩니다.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서 어떤 자리에 있습니까? ‘완성자’가 되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하나님의 영역입니다. ‘아름다운 완성’을 이루는데 필요한 부속과 도구로서 역할을 모든 수고와 노력으로 다 하는 중에 기쁨이 충만케 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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