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그리고 꿀
오늘 4월 14일- 화창한 날씨 속 교회 마당에 아름다운 봄 풍경들이 활짝 펼쳐지고 있습니다. 목련이 절정이고 진달래와 개나리가 울타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으며 철쭉이 작게나마 꽃망울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아마 다음 주에는 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봄의 향연이 펼쳐지는 교회 마당을 한 바퀴 돌아보면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지금 아주 활짝 만개한 자두나무 꽃과 앵두나무 꽃입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저렇듯 지금도 벌 수 백 마리가 날아와서 윙-윙-거리고 있는데 토종벌, 말벌, 땅벌 그리고 아이들이 ‘곰탱이 벌’이라고 하는 덩치 크고 시커먼 놈들 까지 몰려 와서- 꽃들 사이를 분주히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나비 또한 노랑나비 흰나비 검은줄나비 그리고 붉은 호랑나비 등이 날아와서- 서로 부딪히지 않을까 염려가 될 정도로 가히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데 윙-윙- 팔랑-팔랑- 참 장관입니다.
자두나무의 꽃향기는 진한 꿀 내음이 나는데 더 가까이 가서 코를 들이밀고 그 진한 냄새를 맡아보고 싶어도 그 윙-윙-거리는 벌들이 무서워서 아내와 저는 멀찌감치 서서 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만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킁-킁- 거리다가 저녁 무렵이 되어 벌들이 다 퇴근(?)을 하면 가까이 다가가서 꽃술들이 콧속으로 빨려 들어올 만큼 세게 흡입을 하면- 온 몸과 뇌 속으로 그 향기가 급속이 전해지고 퍼져나가면서 하나님의 은혜가 무엇이고 자연의 선물이 어떠한 것인지를 온 몸으로 알게 되면서 세상이 모두 내 것인 양 행복해지지요.
그리고 그렇듯 부지런히 오고 가는 벌 나비들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래, 너희들은 이 꽃향기를 따라서 왔겠지... 그리고 꿀을 먹기도 하고 퍼가기도 하면서 온 몸에 꽃가루를 묻혀가지고 가서 전해주는 것으로 열매도 맺고 번식도 하게 하는구나... 흠- 교회들도 그리하여야 할 텐데...”
이 세상에 세워져 있는 모든 교회들이 ‘사람들’이 많이 오기를 학수고대하지만,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먼저 교회가 ‘향기’를 뿜어내야 합니다. 여러 가지 모양으로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습들은 많이 있고 그래서 뭐지? 하는 모양으로 잠시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거기에 ‘향기와 꿀’이 없다면 모든 소란은 악취가 되어 코를 쥐고 가버리는 모양들만을 양산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교회는 ‘향기’로 사람들을 모으고 또 나아온 사람들에게 ‘꿀’을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벌 나비들에게 바람에 실려 오는 향기는 그것을 따라가면 꿀이 있다는 전언(傳言)입니다. 교회도 세상의 사람들을 향하여 이러하여야 하는데 교회의 향기는 바로 ‘좋은 소문’입니다. ‘좋은 사람들’의 ‘좋은 일’들이 입과 귀로 전해지는 공동체의 향기입니다. 사람들은 그러한 소문을 듣고 관심을 갖게 되고 교회로 발걸음을 옮겨 보게 됩니다. 그럴 때에 교회는 그렇게 나아 온 이들에게 ‘꿀’을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당연하지요. 그 꿀은 진리와 복음이지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처음 교회에 나온 다수의 사람들에게 ‘진리’와 ‘복음’은 꿀처럼 달콤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소문으로 듣던 편안하고 정감 있는 이들의 모습입니다. 손가락으로 꼽아 보는 손익계산의 모습과 나와 너를 구별하는 차별의 모습이 없어서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교회의 분위기 그리고 교회 식구들의 친절함과 다정한 말 한 마디가 교회의 향기에 이끌려온 이들에게 ‘꿀’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교회가 내어 놓는 전채(前菜)가 되어야 하고 이에 깊고 좋은 인상을 받은 이들에게 메인(main)으로 복음이 나와야 하며 돌아가는 이들의 손을 잡고 진정어린 눈빛과 얼굴로 하는 축복 인사가 후식(後食)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조화를 이룰 때에 사람들은 또 다시 교회를 찾고 나아오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목회란 아무 것도 조급해 할 것이 없고 지금 우리 교회가 무슨 향기를 바람에 실어 세상으로 내보내고 있는가 하는 것을 늘 우선으로 돌아보아야 합니다. 지금 무슨 향기를 내고 있습니까? 향기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급조되어 만들어진 향기는 결국 악취가 되어 버리고 맙니다. 향기는 자연스러움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교회에 ‘꿀’이 있어야 향기가 나고 그 향기를 맡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줄 것’으로서 역시 ‘꿀’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든지 어디를 가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그 일로 자신에게 ‘주어지는 것’을 찾고 요구합니다. 이익과 유익이 없는 곳에는 절대로 발걸음을 하지 않는 이기적인 존재들 이지요. 그래? 그래서... 그 일을 해서... 거기에 가서... 그 사람을 만나서... 내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이지? 하는 것이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며 거개의 모든 이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한 압도적 정답은 ‘금전적 이익’이지만, 그 외에도 즐거움, 편안함, 깨달음, 재충전, 지식, 보람 등을 원합니다. 자신의 ‘시간과 수고’에 대한 투자의 결과를 원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장사를 하고 사업을 하며 식당을 골라 밥을 먹고 책을 사서보며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가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며 가족들과 소풍을 가고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며 놀이공원을 찾습니다. 무엇이든 얻어지는 것이 없다면 아무도 그런 일들에 자신의 시간과 수고를 투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신앙생활과 교회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향기가 없는 교회는 가 볼일도 없고, 꿀이 없는 교회는 나누어 줄 것이 없고 그래서 받을 것도 없기에 결국은 아무도 찾지 않게 됩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교회의 향기로운 소문- 그리고 거기에 속한 이들이 환한 얼굴로 보여주는 ‘꿀의 전달’이 있고 그래서 또 꿀을 찾아 이어지는 이들의 발걸음 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교회와 그것으로 행복한 목회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2014-4-14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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