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똥나무 꽃향기
교회 마당에 바람이 슬쩍 불어오면 거기에 실려 오는 그윽한 향기의 발원처가 어딘지 늘 궁금했었습니다. 이 꽃 저 꽃 냄새를 맡아 보았지만 “아닌데...” 하면서 궁금해 하던 차에 어제 주일 예배에 나오셨던 집사님 한 분이 그것은 쥐똥나무 꽃향기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아! 그래요?” 얼른 쥐똥나무 울타리로 달려가서 냄새를 맡아보니 과연-!! 맞습니다. 코를 들이대고 심호흡까지 하면서 향기의 한 쪽도 놓치지 않으려고 킁킁 거리니 은은하면서도 아주 고급스러운 향내가 온 몸에 스며듭니다. 온 몸의 피곤이 풀어지네요.
우리 교회는 쥐똥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고 그 길이도 백미터를 상회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 때 즈음만 되면 교회 안에 가득히 풍겨나는 향내가 거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몰랐으니 참 스스로도 한심하다는 생각입니다. 벌써 수년 째 교회 마당에 화단을 꾸며 놓고 이런 저런 아무개 꽃, 저무개 꽃들을 심기 가꾸기를 거듭하고 있으면서 이제는 나도 꽃들과 친하여지고 어지간히 상식도 갖게 되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 조금은 허탈한 마음입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첫째는 쥐똥나무는 그냥 ‘울타리’로만 생각하고 있었고 꽃나무의 범주에 넣어 생각하거나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 둘째는 ‘쥐똥’이라는 이름이 주는 선입견이 있어서 ‘향기’를 기대하지 않았다는 것 등이 이유가 됨이 분명합니다. 화단도 아닌 길가 쪽에- 꽃나무의 용도가 아닌 ‘울타리 나무’로 그리고 ‘쥐똥’이라는 이름에서 무슨 향기가 나오랴? 하는 어이없는 편견의 등식이 제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허허 참 반성합니다.
‘쥐똥’이라는 이름은 꽃이 진 후에 나무에 달리는 까만색 작은 열매의 모양이 쥐똥과 닮았다는 데서 연유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아주 작은 하얀색 꽃들이 쪼르르 무리지어 매달려 있는데 그 몽오리 진 모양은 마치 남쪽 더운 나라 쌀알처럼 약간 길쭉하고... 그 끝이 네 갈래로 갈라지면서 꽃 모양이 완성되는데 그 속에는 발그레한 꽃술이 들어 있군요. 그리고 바로 거기에서 눈을 스르르 감기게 하는 진하고 그윽한 향내가 뿜어지고 있습니다. 나보다 먼저 그 향내를 맡고 찾아온 꿀벌들의 분주함이 미소 짓게 하네요.
인체와 생리적 분야에 문외한입니다만, 일전에 어떤 글에 보니까 사람의 ‘피곤’함은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어떤 물질의 ‘응고’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마치 심한 움직임 후에 근육들이 뭉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뭉친 근육은 안마 등으로 잘 주물러 주면 원래대로 풀어지지만 우리 인체 내에 응고 된 물질들은 그것을 다시 부드럽게 풀어주고 회복시켜주는 어떤 ‘작용’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러한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피로 회복제’를 먹지요. 특히 많은 류의 드링크제 피로회복제들이 저마다 열심히 그 효능을 선전하고 있지만 우리 몸에 누적되어진 피로는 피로회복제를 먹고 마신다고 쉽게 본래대로 회복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약으로서의 피로회복이란 최선이 아닌 차선일 수밖에 없지요.
제가 가장 권하는 피로회복제는 바로 ‘꽃향기’입니다. 장미꽃, 함박꽃, 프리지아... 그리고 이렇게 쥐똥나무 꽃향기를 맡는 것이지요. “흐-읍---”하면서 깊이 들어 마신 꽃향기들은 우리 인체 속에 들어가서 그 ‘응고된 피로물질’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 높은 산에 올라가서 때 묻지 않은 맑은 공기와 맑은 물을 마시면 심신이 시원해지면서 온 몸의 피로가 풀리는 것처럼 말이지요.
지금은 대학 졸업반이 된 저희 첫째 아이가 어렸을 적에 자주 보며 따라했던 TV 만화시리즈 중에 ‘꼬마 자동차 붕붕’이라고 있었습니다. 시작을 알리는 그 주제가 속에 “...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 자동차 붕-붕-”하는 대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만화 속 ‘꼬마자동차’는 기름으로 가는 차가 아니라 ‘꽃향기’로 가는 자동차였습니다. 과연 아름다운 상상이며 만화적 발상입니다.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꽃향기를 맡는 것으로 힘을 얻어 달리는 자동차라 - 누군지 모를 작가 만화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꽃향기’는 그것을 맡는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 쌓여진 스트레스와 피로를 분해하여 주는 것으로 새 힘을 얻게 하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힘을 얻기 위하여서 소, 돼지, 염소 닭 그리고 영양탕 등 육식을 즐겨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육신에 힘을 주는 것도 사실이고 저 역시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것으로 많이 경험하고 있는 바이기는 하지만, 육류의 섭취는 근력을 돋아 주기는 하지만 맑은 정신과 평안한 마음까지는 만들어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입으로 먹는 것’으로 몸의 기력을 회복하는 것에 이어 ‘코로 마시는 것’으로 마음의 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바로 꽃향기입니다. 이 곳 산골마을에는 산과 들과 골짜기마다 꽃들이 이름 모를 꽃들이 지천이기에 그 향기 또한 일부러 찾아다닐 것도 없지만, 도심의 아스팔트 위에서와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들 그리고 온갖 종류의 자동차들이 경쟁적으로 내어뿜는 매연들 속에서 꽃향기를 찾는다고 하는 것은 쉬울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 번쯤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까운 화원(花園)을 찾아 들어가 꽃향기를 맡으면서 심호흡을 하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꽃향기로 심신이 건강한 날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킁, 킁, 킁-”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쥐똥나무 꽃향기의 그윽함에 연신 코를 벌름거리면서 세상 모든 이들에게 이 향기를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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