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짜장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언어, 곧 한국말을 연구 및 심의하고 기준과 표준어를 정하는 ‘국립국어원’에서 그동안 억지춘향식 이름 ‘자장면’으로 불려졌던 ‘짜장면’이름을 ‘소고기=쇠고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복수정답으로 하겠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결국은 자장면이 짜장면에게 투항하는 모양이 되었는데 진작 그랬어야지 하는 마음입니다. 허허
이제 방송에서도 표준말의 기준 격인 아나운서들이 일부러 억양을 누그러뜨린 ‘자장면’이라고 발음하는 일도 사라질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짜장면’이라는 이름이 허락된 이상 애써 ‘자장면’이라고 낯선 발음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국집 메뉴에서도 자장면이라고 써놓았던 이름은 모두 ‘짜장면’으로 다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이름 하여 휘파람 소리와 함께 ‘돌아온 짜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돌아온-’이라는 표현을 하고 보니 옛날 영화제목들이 생각납니다. 60-70년대 우리나라 영화관을 장악한 세력(?)이라면 왕우로 대변되는 중국무협영화, 황야의 무법자로 대변되는 마카로니 웨스턴 서부극, 그리고 개인적이기는 합니다만 우리나라 영화 ‘용팔이 시리즈’를 들겠습니다.
이 세 부류의 영화들이 흥행의 삼대거두가 되어 극장가를 평정하였을 때 각각의 제목에 가장 많이 쓰인 수식어가 바로 ‘돌아온-’이었습니다. ‘돌아온-시리즈’는 숱하게 많지만 그 중에서도 돌아온 외팔이- 돌아온 무법자- 돌아온 용팔이-가 생각납니다. 그들이 ‘돌아온-’이유는 관객들이 원했기 때문입니다. 즉, 원편이 히트를 치지 못하고는 아무도 후속편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돌아온 짜장면-”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이름 ‘짜장면’은 적어도 3-4세대에 걸친 공전의 히트이름입니다. 할아버지가 자셨고 아버지가 드셨으며 내가 먹었고 아이들이 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곳 산골마을에서도 농군들의 ‘새참’은 짜장면이 거의 장악하고 있기에 우리 고유의 새참들이 그 모습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조금 섭섭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짜장면이 우리들의 입맛을 점령하였다는 반증이겠지요. 또 지금 중국본토에 진출한 ‘한국짜장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오니 이 즈음에서 짜장면은 이미 우리나라 음식이 되었다고 하여도 괜찮을 것입니다.
짜장면이라고 하는 발음이 무슨무슨 국어학적 규칙과 언어학적 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자장면’이 되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언어는 무슨 ‘학적(學的)’기반이 아니라 ‘생활의 기반’ 위에서 정의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라고 하는 것은 그것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대중’들이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아무리 법대로 규정대로 잘 만들어 놓아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외면하면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언어의 존재가치는 ‘사용’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연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구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시에도 양반귀족 사회에서는 ‘언문’이라고 하여 평가절하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결국 ‘다수’인 백성들이 사용하면서 명실상부한 국어(國語)가 되었던 것이지요. 즉 언어는 ‘학자의 연구’로서가 아니라 ‘다수의 사용자’가 그 정의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입증의 선례가 되었습니다.
아무튼, 자장면이 ‘돌아온 짜장면’으로 복귀하자 사방에서 환영의 말들이 넘칩니다. 특히 자신의 노래 속에 있는 가사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불러야만 했던 어느 가수의 남다른 감회가 인터넷상에서 공감의 미소를 받고 있습니다. 무대에서 자장면이라고 부를 때에 도저히 노래의 감흥이 살아나질 않았었는데 “이제는 짜장면이라고 힘주어 부르겠다”고 하는군요.
짜장면- 여전히 피자와 햄버거를 물리치고 일등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아이들의 영원한 간식이고 외식이며 땀 흘리는 노동자들에게 새 힘을 주는 참이고 주머니가 얇은 이들에게 소중한 한 끼니가 되어왔고 특히 입대하여 영내에 있는 쫄병들에게는 지금 이 시간에도 간절한 로망(!!)인 것을 저 역시 같은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모든 이들과 근대사를 함께 하면서 지난 백 년 동안이나 온갖 추억을 만들어주고 또 이렇듯 오늘날까지 자신의 독보적 위치와 정든 그 이름 ‘짜장면’을 꿋꿋이 지켜내고 있는 우리들의 친구 짜장면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산골어부 김홍우 목사 201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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